미국 애플사의 꼼꼼한 브랜드 관리에 국내 통신사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습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달 29일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2를 국내 시장에 내어놓았습니다. 제품 출시와 함께 두 회사는 매장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포스터를 부착하며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요구한 홍보 원칙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예컨대 '매장 창문에 부착된 애플 포스터 근처에 다른 회사 포스터가 붙어서는 안 된다', '애플 광고판에 통신사 로고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애플이 지정한 크기로만 포스터를 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아이패드2를 팔려면 매장을 애플 분위기가 나게 꾸미라는 것입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매장을 체크하며 '매장 앞에 주차된 차가 포스터를 가렸다'고 항의하는 통에 당혹스러웠다"고 했습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애플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고 했습니다. 애플은 신제품 발매 때마다 매장 앞에 열성적인 팬들을 줄세우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새벽부터 줄을 서서 물건을 사는 것은 '인터넷 강국' 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미리 인터넷예약을 받고 택배로 물건을 보내면 소비자들이 편할 텐데, 애플은 사전 인터넷 판매를 금지했답니다. 당일 오전 9시 매장과 인터넷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하도록 고집해 고객들이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지어 기다리도록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이미지를 가진 것은 이런 집착에 가까운 브랜드 관리 덕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통신사 관계자들은 "이 정도 판매량이면 국내 사정을 고려해 줄 만한데 애플은 하나부터 열까지 미국에서 정한 대로 하라고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