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중공업의 전신인 통일중공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 노사분규로 악명 높았다. 노조는 툭 하면 파업을 벌였고 그때마다 이 회사에서 상용차용 액슬(차축)을 공급받는 현대차·대우차의 트럭·버스 라인은 가동을 멈췄다.노조의 강성투쟁을 막기 위해 공권력이 5번이나 투입됐을 정도였다.

그런 회사가 성할 리 없었다. 1998년 부도가 났고, 2003년에는 기업 인수·합병(M&A)을 당했다. 이후 통일중공업이란 이름은 사라졌고, 대신 S&T중공업으로 이름을 달게 됐다. 하지만 2005년 노조간부가 경영진을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해 처벌을 받는 등 2007년까지 크고 작은 파업이 계속됐다.

13일 찾아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소재 S&T중공업 공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기어가공기를 생산하는 3공장은 생산량 확대를 위해 설비를 재배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게차와 크레인이 무거운 생산설비를 들어 바닥에 그어진 라인에 맞춰 옮기고 있었다.

기계생산팀의 송유원 조립1파트장은 "올 들어 주문이 밀려들면서 월 8대를 생산하던 라인을 12대로 늘리기 위해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 중"이라면서 "내가 맡은 조립1파트에 밀린 주문만 해도 4개월치 물량인 40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13일 경남 창원시 외동의 S&T중공업 공장에서 직원들이 트럭·버스에 들어가는 차축 부품을 만들고 있다.

신호용 노무담당 부장은 "과거 강성노조 시절이었다면 작업장을 재배치하는 일에도 노조가 간섭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수준은 넘어섰다"고 말했다.

공장 간 생산라인 직원들의 이동도 가능해졌다. 작년 말 S&T중공업은 주문량이 늘어나는 방위산업제품 공장에 일감이 줄어든 상용차 부품 공장 직원들을 투입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공장 간 인력이동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회사의 이익이 늘어야 고용도 보장된다"며 노조를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S&T중공업의 노사관계가 평화를 찾은 것은 통일중공업이 삼영열기에 인수돼 S&T중공업으로 바뀐 후 새로 등장한 경영진의 끊임없는 노력이 주효했다.

경영진은 2005년 현장직을 포함한 전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근무연수와 직급에 따라 2000주에서 8000주의 주식을 받은 직원들은 주가상승으로 보너스 수익도 올리고, 애사심도 키웠다.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복지제도도 개선했다. 2004년부터 여름·겨울방학에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영어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영어캠프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매회 35명씩 선발, 이듬해 방학 때 2주일씩 미국 현지 교육기관에 보내 집중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백두대간 종주' 프로그램은 '땀'을 통해 임직원 간 결합을 일구는 데 일조했다. 회사 측은 2008년 4월 '백두대간 종주팀'을 발족, 3년째 운영 중이다.

종주팀은 800km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40구간으로 나눠, 한 달에 한 번씩 산행에 나서 구간들을 주파하고 있다.

일반 직원들과 가족들 중에도 백두대간 종주에 동참하는 인원이 늘어나 지금까지 총 2200여명이 백두대간 종주산행에 참여했다. 특수생산팀 정을종 사원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종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회사의 목표를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사화합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S&T중공업의 매출액은 2009년 4677억원에서 5541억원으로 늘었고, 순이익도 418억원에서 551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자동차 부품업체 등 국내외 제조업체들의 공작기계 주문이 늘어나면서 S&T중공업은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박재석 사장은 "시장상황이 좋아져도 노사관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호황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풍력발전용 기계설비 같은 첨단 제품개발에 적극 나서 회사를 본격적으로 도약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