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상장된 벤처캐피탈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는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적정'에서 '의견거절'로 수정했다"며 제일창업투자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상장폐지 절차도 밟고 있다. 넥서스투자도 같은 날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주식거래는 이뤄지고 있지만, 한림창업투자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매출액이 30억원에 못 미치고 자본잠식률은 50% 이상이라는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한때 1만4000원이 넘은 가격에 거래됐던 넥서스투자 주식은 72원으로 폭락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0원 근처에서 매매가 이뤄졌던 한림창투의 24일 종가는 91원이다.

반면 관리종목으로 묶여 있던 무한투자는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하면서 관리종목 딱지를 떼는 데 성공했다. 24일 무한투자는 전날보다 5.34% 오른 14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매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대성창업투자 같은 대형 벤처캐피탈도 큰 변동 없이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주가가 양극화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벤처캐피탈에서는 최근 유난히 횡령과 배임이 많이 일어났다. 벤처캐피탈은 기업이나 연·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한 후 투자하는데, 모은 자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유용해 횡령·배임이 발생한다.

A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서류상의 회사를 만들어 돈을 투자한 후, 이 돈을 다시 빼돌리는 방식으로 횡령이 일어난다"며 "투자금은 결국 손실처리되지만, 투자업체라는 특성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