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예수 태블릿'이다."(뉴욕타임스)

"현대 영화의 거장 '오슨 웰스' 감독처럼 올드 미디어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것이다."(미국 최대 시사 잡지 타임)

지난해 4월 애플이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였을 때 미국 주요 언론 매체가 보낸 찬사다. 아이패드가 쇠락해가는 인쇄 매체를 되살릴 구세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타임은 지난달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발표하며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배제했다. 타임은 매월 4.99달러만 내면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의 정기 구독과 유료 웹사이트 이용, 스마트폰·태블릿PC의 디지털 유료 구독을 모두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타임이 선택한 태블릿PC는 아이패드가 아닌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었다.

한때 세계 신문·잡지의 구세주로 여겨졌던 애플 아이패드가 최근 들어 주요 신문·잡지사들과 팽팽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유료로 신문·잡지를 판매하려면 구독료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하며, 구독자 정보도 자신들이 갖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럽 23개국 5200여개의 신문사가 참여하는 유럽신문사협회(ENPA)는 "신문사와 독자와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애플의 30% 수수료 징수 인정하지 못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소유한 미디어그룹 피어슨의 마르조리에 스카르디노(Marjorie Scardino) CEO는 지난달 28일 실적을 발표하며 "애플이 고객 정보를 주지 않겠다면 FT는 애플이 아닌 다른 태블릿PC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비자가 아이패드를 통해 신문이나 잡지를 유료로 구독하면 애플은 구독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 기본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구독 신청 과정에서 기본 정보를 입력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렇게 확보한 구독자 정보를 해당 신문사나 잡지사에 넘겨주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구독료의 3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에 FT가 반발한 것이다. FT는 작년 자체 인터넷 유료 정기 구독자 20만명을 확보하며 전년보다 무려 49% 늘어난 6000만유로(약 933억원)의 흑자를 냈다. 디지털 유료 뉴스의 성공을 맛본 FT에 애플의 이런 정책은 독(毒)으로 여겨진 것이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활용해 신문·잡지의 광고시장에도 진출하려 한다. 현재 신문·잡지사들은 정기 구독자 정보를 토대로 그에 맞는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얻는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해당 신문이나 잡지의 독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마케팅 대상인지 알고 싶어한다. 그런데 애플이 아이패드를 통해 확보한 구독자 정보를 넘겨주지 않으면 신문·잡지사는 광고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광고주와 직접 협상할 데이터를 가진 애플에 디지털 신문·잡지 광고의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탓에 아이패드에 유료 뉴스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힌 곳은 아직 포퓰러사이언스, 나일론 등 3~4개 잡지사에 불과하다.

애플은 아이패드의 시장 독점력으로 대응 전략

애플은 신문·잡지사들의 반발에 아무런 반응도 안 보이고 있다. 애플의 기존 모델인 아이패드는 작년 말까지 1400만대가 팔려 세계 태블릿PC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다. 애플로선 2일(현지 시각) 발표하는 아이패드2가 인기를 끌어 앞으로 4000만~5000만대 이상을 보급시키면 신문·잡지사들도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계산을 한다. 애플은 미국의 거대 음반업체와 음원 유통 수수료로 갈등을 빚었을 때도 1억대가 넘는 아이팟 보급 대수를 바탕으로 이긴 경험이 있다.

애플의 전례를 아는 유럽연합과 미국 법무부는 애플의 아이패드 구독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존 로즈 미디어담당 그룹장은 "애플의 구독료 정책이 태블릿PC의 디지털 신문·잡지 유통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