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말 임원들에게 "과연 삼성이 제대로 컴퓨터를 만든 적이 있느냐"고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2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이 회장의 이 발언을 인용, "우리나라가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IT 분야 기술에서 뒤처져 있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곽 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이 회장이 작년 11월 사장단과 미래전략실 간부들에게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만 주력해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 관련 기술이 부족하고, 기본 프로그램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말을 했다"고 전하고 "우리나라가 IT 기술 강국이라지만 핵심 기술에선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46%에 달하는 반면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의 6배인 300조원에 달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3%대에 그친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와 충북 테크노파크를 미국의 실리콘밸리 수준으로 키우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컴퓨터, 방송·통신 소프트웨어와 3D(입체영상)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오늘은 살아갈 수 있지만, 미래 10년, 20년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 고민해야 한다"면서 "(신성장동력산업 지원에 대해) 매우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