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체할 새 기축통화 만들자 〈조선일보 2010년 11월 13일 A5면〉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신흥국 정상들이 잇달아 미국의 약(弱)달러 정책을 공격하고 달러화를 대체할 새 기축통화 시스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주요 통화의 발행국은 통화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고 통화 정책을 책임 있게 운용해야 한다"면서 "(달러화를 대체할) 글로벌 기축 통화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BRICs(브릭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4개국) 등 신흥국 경제의 부상으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과거 5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이참에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축통화체제의 개념과 역할, 그리고 최근의 개편논의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축통화의 개념과 역할

기축통화(基軸通貨·key currency)란 국제거래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통화를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래는 단순히 수출입 등과 같은 실물거래뿐 아니라 금융투자 및 차입 등과 같은 금융거래까지 포함합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물물교환 대신 화폐라는 수단을 이용하듯이 국가 간의 교역에서도 화폐를 사용하여 무역대금을 결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사용하는 화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러 나라와 교역을 하게 되면 여러 종류의 화폐를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경제 규모가 작거나 통화가치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나라의 통화는 국제적 통용성이 낮아서 거래수단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미국 달러화와 같은 특정 통화만이 국가 간 무역결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바로 기축통화입니다.

기축통화를 사용하면 국가 간 교역을 할 때 비용이 절감되고 회계단위가 일치함으로써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모두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와 교역을 해도 동일한 통화로 교역할 수 있어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떤 통화가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국가가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국제 교역의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해야 합니다. 둘째로 해당 통화로 표시된 금융시장과 금융상품이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해당 통화의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했던 통화로는 금, 영국 파운드화, 미국 달러화 등이 있습니다.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 형성 배경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한 것은 영국 파운드화였습니다. 파운드화는 19세기 말 각국 간의 무역에서 결제통화의 60%를 차지하였으며, 20세기 초에는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에 달하였습니다. 그러나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영국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파운드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가 흔들리게 되었고, 고정환율제도의 안정성도 낮아지면서 국제통화질서가 매우 불안해 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입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주요 내용은 달러화를 중심으로 각국의 통화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관장하는 기구로 IMF(국제통화기금)와 IBRD(세계은행)를 창설하는 것 등이었습니다.

브레턴우즈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즉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미국이 새로운 군사 및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미국 통화인 달러화가 파운드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빠르게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국가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기축통화도 자연스럽게 파운드화에서 달러화로 바뀐 것입니다.

현 기축통화체제의 문제점 및 개편논의

그렇다면 현재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여러 조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교역에서의 비중을 보면 전 세계 교역에서 여전히 미국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브릭스를 포함한 신흥개도국의 부상으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비중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G7(주요 7개국)로 대표되는 선진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60%를 웃돌았으나 수년 내에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미국 중심으로 움직이던 세계 경제가 최근 들어 신흥국의 부상으로 다변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미국의 금융시장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다는 사실 때문에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지면서 절대 강자로서의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저하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달러화 가치의 안정성 여부입니다. 현재 달러화는 약세 국면에 있는데 달러화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되면 많은 나라가 달러화 보유 및 사용을 꺼리게 될 것입니다. 만일 많은 나라가 달러 사용을 기피하게 되면 이는 더 이상 기축통화로서의 자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다각도로 분출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나라는 프랑스와 중국입니다.

특히 중국은 현행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를 IMF가 발행하는 SDR(Special Drawing Right·특별인출권) 중심의 기축통화체제로 개편하자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SDR은 여러 화폐를 모아놓은 일종의 통화바스켓으로, 달러화·유로화·엔화·파운드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제 교역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단지 '가상화폐'로만 존재하고 있어 국제적 통용성을 가질 수 있느냐가 과제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로와 엔이 가미된 다극화된 기축통화체제로의 개편을 주장하는 논의도 있습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는 아예 금 본위제와 같은 고정환율제도로 회귀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축통화체제의 변경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 단기간 내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SDR (특별인출권)

SDR(Special Drawing Right·특별인출권)은 IMF(국제통화기금)가 1969년 브레턴우즈체제의 고정환율제도를 지원하기 위해 창설한 국제적 준비자산(international reserve asset)입니다. 당시 IMF 회원국들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 또는 달러로 구성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시장에 개입했는데, 국제무역 규모가 커지자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새로운 준비자산의 하나로 IMF 회원국들이 IMF로부터 인출할 수 있는 권리인 SDR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SDR은 고정환율제도가 붕괴한 데다 실제로 국제적 통용성도 낮아 IMF 회원국의 지분율 계산단위 정도로만 사용됐습니다. 최근 들어 SDR을 일반화폐처럼 발행해 새로운 기축통화로 만들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퀴즈

IMF가 1969년에 브레턴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도를 지원하기 위해 창설한 국제적 준비자산을 ○○○(영어알파벳)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월 5일(수) 오후 5시 마감, 1월 7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유동성함정〉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공완식 곽두영 권경희 김명화 김상훈 김인순 노원중 박명배 박영재 변대원 신귀자 예순희 오영 이상민 이성란 이순자 이일용 이청훈 장현철 정봉희 정연풍 최선진 최수빈 홍석민 황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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