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4.2%로 낮춰 잡아〈조선일보 2010년 11월 22일 B3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낮춰 잡는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내년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 안팎으로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내년 성장률을 5% 내외로 전망해온 우리 정부도 내부적으로는 4% 중반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

2004년 이후 6년 동안 매년 평균 9%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인도의 만모한 싱(Singh) 총리는 향후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 전망을 코끼리의 달리기에 비유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코끼리는 움직임이 굼뜨다. 그러나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큰 걸음에 가속도가 붙어 아주 빠르다."

이와 같이 장기적인 경제성장 추세는 종종 장거리 달리기에 비유됩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만약 단기간에 너무 빨리 달리면 금방 지쳐서 나중에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 초반에 힘을 아낀다고 너무 천천히 달리면 다른 선수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뒤늦게 힘을 낸다 한들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간에 경제가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 인플레이션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경제성장이 꾸준히 지속되지 않으면 뒤늦게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선진국 수준과는 점점 멀어져 쫓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경제도 적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해야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에 있어서의 적정 속도를 잠재성장률이라고 표현합니다. 잠재성장률이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잠재성장률이란 무엇인가요

한 나라의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GDP),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GNP),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GNI) 등 여러 지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국내총생산, 즉 GDP지표가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6% 정도로 예상된다는 것은 올해 국내총생산이 작년에 비해 6%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너무 낮으면 소득이 줄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등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경제성장률이 분에 넘치게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버블(거품) 등의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정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적정 경제성장률은 어떤 수준일까요? 적정 경제성장률은 안정적인 물가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타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안정적인 물가수준을 유지하면서 생산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량의 최대치를 잠재생산량(potential GDP)이라고 정의하고, 매년 나타나는 잠재생산량의 변화율을 잠재성장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든 경제성장률은 항상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만약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거나 낮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또는 실업자 증가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여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잠재성장률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이처럼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률이기 때문에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정책당국은 잠재성장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통화·재정정책 등을 활용하여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국가 경제를 잘 조절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경제성장률과 달리 잠재성장률은 정확히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통 잠재성장률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시계열분석법, 생산함수접근법 등 여러 가지 통계기법을 사용합니다. 시계열 분석법에서는 수년 혹은 수십년간 나타난 실제성장률의 장기적인 추세나 평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한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즉,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여 실제성장률의 장기적인 추세치나 평균치를 적절히 추정해 내는 것입니다.

한편, 생산함수 접근법에서는 실제생산량과 이를 위해 투입되는 생산요소들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생산함수를 활용하여 추정합니다. 생산은 크게 자본력, 노동, 기술 등이 투입되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생산함수에 생산요소별로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최대 규모를 대입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잠재성장률은 경제구조나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높아지거나 낮아지기도 합니다. 즉, 한 경제에서 투입될 수 있는 생산요소들의 양이나 효율성의 변화는 곧 잠재생산량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면 컴퓨터나 정보통신기술 등이 발달하면 같은 노동량이나 자본을 투입하여 더 좋은 품질의 새로운 상품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되므로 잠재성장률은 상승합니다. 반대로 장기간의 노사분규 등으로 생산요소의 효율성이 저하되면 잠재성장률은 하락할 수 있습니다.

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금융위기를 겪으면 위기에 따른 투자 위축 및 실업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이 통상 하락하게 됩니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노동인구가 줄어들어도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1970~80년대 연 7~8%였던 잠재성장률이 90년대 들어 하락하기 시작해 외환위기 이후에는 4% 중후반대로 하락하였습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4% 초중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어떻게 높일 수 있나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위기 이전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잠재성장률을 오히려 개선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위기기간 중에 드러난 경제의 비효율적인 모습들을 과감히 정리해서 효율적인 생산부문에 투입요소를 집중시키면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즉, 적극적인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들의 체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또한 취업교육 및 취업알선 등의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실업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빨리 찾을 수 있게 한다면 잠재성장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금융위기로 드러난 금융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정비해서 금융부문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실물경제의 필요한 부분에 투자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도 향후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GDP·GNP·GNI

GDP(국내총생산)는 국내에 있는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최종 산출물의 합으로 국내 경기나 고용사정을 잘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이에 비해 GNP(국민총생산)는 특정 국가에 소속된 노동력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를 국내외의 생산활동에 참여시킨 대가로 받은 소득을 합한 것으로 국민의 소득 측면을 잘 반영합니다. 한편 GNI(국민총소득)는 GNP에서 교역조건(수출가격/수입가격) 변화에 따른 무역손실 또는 이익을 감안한 것으로 체감경기를 파악하는 데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자동차 한대를 수출하고 원자재 10㎏을 수입하는데, 작년에 비해 자동차 가격은 같은 반면 원자재 가격은 ㎏당 1만원이 비싸졌다면 우리나라는 작년보다 10만원을 손해 보게 됩니다.

퀴즈

국내에 있는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최종결과물의 합을 ○○○○○(한글)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2월 8일(수) 오후 5시 마감, 12월 10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위험가중자산〉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경상일 김경연 김남훈 김선남 김영성 김정희 김종호 박영미 박종옥 송맹윤 안혜경 오수진 이상묵 이상희 이상희 이일삼 이종옥 이한라 임동혁 장윤성 정수희 최용자 표영욱 허재훈 홍성후)

금융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기사
문의는 (02)3705-6254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