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90%는 실리콘(규소)으로 만든다. 실리콘은 지구상에 풍부한 물질이어서 생산비용이 낮다. 하지만 반도체 성능의 잣대인 전자 이동 속도가 느리고 열이 많이 난다. 고속 동작이 어렵고 냉각장치 때문에 소형화에 한계가 있다. 특히 반도체 회로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단점들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과 미국·중국 과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실리콘에 인듐비소(InAs)를 결합해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했다.

울산과기대 나노생명화공학부 고현협 교수, 미국 뉴멕시코대학 김하설 박사, 미국 UC버클리 알리 자비(Javey) 교수, 중국 칭화대 추에(Chueh) 유룬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기존 반도체보다 속도는 2~3배 빠르면서 전력 소비량은 10분의 1 이하인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11일자(현지시각)에 발표됐다.

인듐비소는 실리콘에 비해 전기 전도도는 좋지만 가격이 비싸 일반 전자제품에 사용되지 못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반도체 기판은 기존의 실리콘을 그대로 사용하고 전자가 다니는 회로만 인듐비소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생산 단가는 실리콘 반도체와 비슷하게 맞추면서 성능을 개선한 것이다. 연구팀이 만든 새 반도체는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 생산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고현협 교수는 "휴대폰, 노트북, 캠코더 같은 전자제품은 전력을 적게 사용할수록 사용시간과 수명이 늘어난다"며 "이번에 개발한 반도체가 상용화되면 휴대용 전자제품의 크기와 전력 소모를 크게 줄여 지금보다 더 작고 가벼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