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전기차가 현재의 내연기관(휘발유·디젤엔진 등) 자동차를 대체하는 주된 운송수단이 돼야 한다고 확신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주요 주장이 있다.
첫 번째 주장은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CO₂(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일 수 있고, 따라서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진정한 녹색 교통수단이라는 것이다.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전기차 자체가 지구를 오염시키는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구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도 살펴봐야 하는데, 'well to wheel(에너지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데까지) 즉 발전→송·배전→전기차 충전→구동까지의 전환단계가 고려된 CO₂ 발생량과 지구환경 기여도를 따져보면 전기차가 진정한 녹색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전기는 주로 화력, 수력, 원자력이라는 세 가지 발전방식으로 생산되는데 한국에서는 각각 61.9%, 1.4%, 36.2%를 차지한다. 화력 발전은 화석연료를 태워 그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보다 현재의 내연기관차가 더 효율적이고 지구 환경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수력 발전은 댐을 건설해야 하므로 자연보호라는 명분에 맞지 않는다.
CO₂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실용화해야 한다면 현재로선 원자력 발전이 가장 적합한 발전방식으로 보인다. 원자력 발전은 CO₂ 발생량이 거의 없고 한국이 기술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2020년에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충전기능을 더한 하이브리드카) 87만대와 순수 전기차 30만대가 운행되려면 4기 정도의 원전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화석연료는 앞으로 30년 내 고갈될 유한자원이고, 그 이전에 중국을 포함한 신흥 국가들의 산업 발전에 따른 수요 증가로 유가는 폭등하게 돼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전기 에너지로 가는 자동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전기 에너지를 차에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의 한계를 간과한 것일 수 있다.
문제는 배터리의 주요 구성 성분인 리튬의 매장량과 생산량이다. 전자기기의 발전과 수요 증가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전 세계는 리튬과 같은 희귀금속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가 간 패권 다툼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강력한 사례도 최근 중국·일본의 센카쿠 영토분쟁 사건에서 목격됐다. 리튬은 지구상에 수천만톤밖에 존재하지 않는 유한자원이다. 가격도 과거 10년간 4배 정도 상승했다.
또 현대차의 블루온과 미쓰비시의 아이미브 등 고속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16kwh인데 무게는 200㎏이고 가격은 1만달러(약 1140만원)에 달한다. 에너지 저장밀도를 높이고 가격을 대폭 낮춰야 하지만, 위에 언급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급속한 개선이 쉽지 않다.
전기차가 일반화되기 위한 핵심으로는 배터리 외에도 충전기술이 있다. 현재 가정용 전원을 통해 한번 충전하는 데 7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같은 전기차의 한계가 해결돼 거리에 전기차가 넘쳐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먼 훗날일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20년 안에는 승용차로는 연비개선을 극대화한 휘발유·디젤엔진 자동차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하이브리드카가 이를 보조하며, 전기차는 도심용 경·소형차 중심으로 특정수요를 대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형 상용차는 현재의 디젤 엔진차가 그대로 주종을 이룰 것이라 예측된다. 디젤엔진은 큰 동력을 낼 수 있어 운송능력과 연비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대체할 동력원이 20년 내에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차가 갖고 있는 기술적 난관과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개발할 가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그 문제점을 다른 나라보다 먼저 해결한다면 우리 자동차 산업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적 강자로 우뚝 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전기차가 기회이니 빨리 전기차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좀 더 냉정하고 엄밀한 시장 분석과 전략 수립을 통해 국가적인 총력전을 펼쳐야만 훗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