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시골 연못. 수컷 소금쟁이가 암컷의 등 위에 올라타 긴 다리로 수면 위를 톡 건드린다. 이때 만들어진 우아한 물결을 본 암컷 소금쟁이는 이내 수컷을 받아들이며 짝짓기를 시작한다.

수컷 소금쟁이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방식으로 구애를 한 것일까. 물결을 만드는 수컷 소금쟁이의 사랑법이 사실은 암컷을 협박하는 행동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제공

서울대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 연구실 표트르 야브원스키 교수와 한창석 연구원팀은 수컷 소금쟁이가 암컷 소금쟁이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도록 협박하는 방식으로 짝짓기를 강요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 소금쟁이는 암컷에 올라타 수면에 물결을 만드는 행동을 했다. 이는 미꾸라지 등 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쟁이의 천적들이 수면에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소금쟁이의 위치를 감지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암컷을 협박하는 행동이다. 암컷의 등 위에 있는 수컷은 포식자의 공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연구진은 소금쟁이의 이 같은 행동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암컷 소금쟁이에게 포식자의 존재를 인식시킨 후 수컷과 교미를 시켜봤더니 암컷은 수컷에게 더 빨리 짝짓기를 허락했다. 또 수컷을 암컷의 등 위에 올려놓더라도 수컷이 물결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 암컷은 느긋하게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락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행동이 교미에 대한 암컷과 수컷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진화를 거듭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금쟁이의 번식기는 2~3개월에 불과한데 암컷은 단 한 번의 짝짓기로 한 달 내내 알을 낳을 수 있지만 수컷은 최대한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원한다는 것.

한창석 연구원은 "구애 과정에서 다른 종인 포식자의 행동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