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고(高)부가가치를 내며 지속 성장하려면, 무형(無形)의 기술력을 팔아 돈 버는 업체들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외 다른 업체에 자동차 기술력과 노하우를 판다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이런 '기술 용역회사'는 자체 부가가치 수입은 물론 자동차 기술을 해외에 팔 때 부품업체의 동반진출 효과를 낼 수 있다. 해외 고객에게 자동차 모델을 완성된 형태로 설계해줄 경우, 이 설계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으로 한국 제품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려대 박심수 교수는 "한국의 자동차산업 성장기에 유럽 기술 용역업체들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선생님' 역할을 하며 많은 돈을 벌었다"며 "이제 한국의 기술 용역업체들이 세계무대에서 수익을 낼 차례"라고 말했다.

◆엔진설계회사 테너지 "세계 3대 엔진설계사와 기술력으로 승부"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의 융합기술연구원 자동차연구동에 있는 테너지(Tenergy)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엔진개발실을 바깥에 옮겨놓은 것 같았다. 엔진시험실에서는 각종 엔진 관련 시험이 진행 중이었고, 엔진 테어다운(tear down·제품을 분해해 비교분석하는 일)실에는 국내외 유명 엔진들이 널려 있었다.

테너지의 최재권(사진 오른쪽) 대표는 “독일 자동차산업이 여전히 최고인 것은 자동차 기술 각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자동차산업이 계속 성장·발전하려면 최고 기술력의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최재권 대표는 서울대 기계과 출신으로 2001년까지 현대차 엔진개발 실장, 2008년까지 세계 3대 엔진개발업체 FEV의 한국지사 사장을 지내다가 같은 해 지금의 테너지를 세웠다.

국내 완성차·부품업체를 모두 합해 엔진을 자체 개발할 능력을 가진 회사는 현대차, 쌍용차, 테너지 뿐이다. GM대우르노삼성은 모(母)회사인 GM르노·닛산이 개발한 엔진을 사용한다. 테너지는 쌍용차가 신형 SUV C200에 얹을 독자 개발 휘발유엔진을 개발했고, 건설기계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농기계회사인 대동공업 등의 엔진도 다수 개발했다.

최재권 대표는 "세계 3대 엔진개발업체인 FEV(독일), AVL(오스트리아), 리카르도(영국)와 기술력으로 경쟁해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토털 엔지니어링사 CES "차량설계로 1000만달러 수출탑"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에 있는 CES는 1999년 출범해 차량 설계용역과 부품개발 업무를 해 왔다. 공장을 세워 차량을 조립생산하는 단계 직전까지의 모든 자동차 설계업무를 대신 해준다. 대우차 출신 엔지니어들이 주력이다.

CES와 해외 고객사 직원들이 모여 CES가 개발한 차량을 품평하고 있다.

이들은 신흥국 시장의 기술용역 서비스 사업을 적극 개척, 2004년 500만달러 수출탑, 작년에는 1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GM대우·르노삼성·쌍용차 설계협력업체이며, 최근 지리·체리·둥펑 같은 중국 완성차회사의 차량을 대신 설계해주는 일도 늘고 있다. CES 매출액의 40%는 중국에서 나온다.

신철동 부사장은 "CES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우수인력들이 CES 같은 회사를 통해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디자인업체 에쏘드 "바퀴 달린 것은 뭐든 디자인"

서울 홍대 근처에 위치한 에쏘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디자인 용역업체다. 국내 완성차회사 신차의 일부 디자인을 대행하며, 특히 중국 자동차의 디자인 외주업무를 주로 한다. 매출의 70%가 중국에서 나온다. 최근 지리자동차의 3개 차종을 포함, 중국 자동차회사의 신차를 다수 디자인했다.

에쏘드 디자이너들이 외부에서 의뢰받은 차량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박범준 대표는 "직원 수가 15명에 불과하지만 차량의 설계와 디자인을 독립적으로 하는 선진국 자동차 디자인회사처럼 능력을 계속 키워 자동차디자인과 학생들이 꼭 들어오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