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이 가장 존경하는 창업가'(2009년 주니어어치브먼츠 조사), '지난 10년간 최고의 CEO'(2009년 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7위'(2009년 포브스 선정)

누구일까요? 추가 힌트는 '매킨토시''아이튠즈''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맞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입니다. 30대 중후반쯤인 기자도 애플에 대한 어렴풋한 어릴 적 기억이 있습니다. 국민학교때(당시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음), 주변의 누군가가 집에 '애플' 컴퓨터가 있다고 무척 자랑했었습니다. 기억 속 '애플'은 '선망' '새로움' '젊음' '테크놀로지', 뭐 그런 이미지입니다.

대학때도 마찬가지. "너 윈도 써? 난 맥킨토신데"라는 한 마디면, 이런 애플의 갖가지 좋은 이미지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었지요. 물론 기자는 거의 컴퓨터맹 수준이어서, 그런 친구들을 '선망'하며 그냥 윈도를 썼구요.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이런 이미지는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블로거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고, 또 가장 긍정적으로 바로보는 인물이 '스티브 잡스'라는데 이견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스티브 잡스가 블로거에 대해 평가 절하했습니다. 잡스는 "미국이 블로거들의 나라로 쇠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I don't want to see us descend into a nation of bloggers.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의 원문 인용)"고 했습니다. 발언의 이면에는 블로거의 글들은 불확실하고 무책임하다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잡스는 곧이어, "우리는 예전보다 지금 더욱, (신문과 같이) 편집된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신문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신문들이 (자신들의 기사 콘텐츠에 대해) 대가를 지불받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을 할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가 콘텐츠 창조자(신문·잡지 등을 지칭)의 구세주(savior)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습니다.

정리하자면,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콘텐츠 유통으로 인해, 그동안 정제된 기사로, 미국 사회를 지탱해온 신문들이 온라인 유료화 실패로 경영 타격을 받고 있는데, 애플이 아이패드를 통해 신문·잡지·출판 등의 유료화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을 도울 것이라 정도가 될 듯 합니다.

잡스의 발언에 대해 독설가(毒舌家)로 유명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Murdoch)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애플의 아이패드(iPad)는 정말 아름다운 기기며, 연내 적어도 1000만 대가 팔릴 것"이라며 극찬으로 화답했습니다. 뉴스코프는 전세계에 월스트리트저널 등 신문 30여 개와 잡지·출판사·지상파방송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머독 회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좋은 신문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블로그 수준으로 쇠퇴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를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사실 적지 않은 블로그가 나쁘거나 미친 것들이다. 잡스가 그런 말을 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머독 회장은 애플의 경쟁자인 구글 등 인터넷포털들을 '도벽환자들(kleptomaniacs)'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던 인물입니다. 그런 머독이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마음에 드나 봅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런 발언은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봐야 이해가 될 듯 합니다. 잡스는 '무분별한 인터넷 정보를 가지고 돈을 버는 구글'의 정반대의 자리에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구글은 무한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주면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잡스는 "애플은 검색 사업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 또 구글의 검색을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제거할 생각도 없다. 인터넷 검색이란데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잡스는 각 신문, 잡지, 출판사들이 자체적으로 잘 편집하고 정제해놓은 정보를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인쇄물로 된 신문, 잡지, 책을 사듯이, 아이패드에서 전자물로 된 신문, 잡지, 책 콘텐츠를 팔려는 것입니다. 이런 판매 금액 가운데 일정 부분(30%정도)이 애플의 몫입니다. 또 이런 아이패드용 신문, 잡지, 도서에 실리는 광고들이 있는데, 이 금액 가운데 일정 부분도 애플이 가져가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래를 그리는 잡스로선 '미국이 블로그의 나라'가 되는게 싫은 것이지요. 잡스는 기존의 신문사와 잡지사, 출판사와의 연대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구글은 이런 잡스의 생각을 알기에 몸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블로그의 글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신문사나 잡지사의 글을 무단 도용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세계 신문사와 잡지사들이 구글과 헤어지고 애플과 손을 잡는다면, 아마 다음 수순은 '무단 도용 불법 콘텐츠'에 대한 소송 등의 공세겠지요.

애플과 구글의 전세계 미디어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은 이제 막, 그 첫 장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