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을 소비자와 콘텐츠 제공업체에 전면 개방합니다. 앞으로 무선인터넷 이용자들은 지금처럼 LG텔레콤의 초기 화면에 접속할 필요가 없습니다. PC로 일반 인터넷 검색을 하듯이,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 원하는 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LG텔레콤 정일재(49·사진) 사장이 무선인터넷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을 선언했다. SK텔레콤·KTF 등 선발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이동통신업체로서의 기득권을 내던지는 '개방형 모델'로 승부수를 띄웠다. 정 사장은 "음성통화 시장에서는 LG텔레콤이 후발주자로 선발 주자를 따라잡는 입장이었지만, 무선인터넷에서는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사장은 이어 "4월 초순쯤이면 풀 브라우징(full browsing)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구나 저렴하게 모바일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파격적으로 싼 가격의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개방형 모델을 채택한 이유는.
"3세대 이동통신의 핵심은 영상통화보다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시장 조사를 해보면 영상 통화를 하는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폐쇄적인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너무 비싸고 불편하고 게다가 볼만한 콘텐츠도 별로 없다.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이동통신사가 콘텐츠 제공 업체에 대해 갖는 우월적 권한을 포기하고 통신망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게 달라지나.
"앞으로는 PC로 일반 인터넷을 검색하듯, 휴대폰으로 무선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C로 보는 조선닷컴 사이트가 휴대폰에서도 그대로 구현되는 것이다. 또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도 PC에서처럼 할 수 있다. 지금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이동통신업체의 무선인터넷 초기화면에 일단 접속해야 하고, 콘텐츠 이용에 따른 정보이용료, 통신료 등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자신이 갖고 다니는 카시오 '캔유' 단말기를 꺼내 '조선닷컴' 사이트를 검색해 들어갔다. 정 사장이 두 세 차례 버튼을 누르자 조선닷컴 초기 화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새로 개발한 휴대폰인가.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위해서는 휴대폰이 와이드 화면에 해상도가 기존 제품보다 4배 정도 높아야 한다. 이 같은 휴대폰을 개발하기 위해 작년 내내 일본의 휴대폰 제조업체 카시오와 공동 작업을 했다. 지금 시험 운영을 하고 있는 데 내달 초순쯤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것은 좋지만, 소비자의 데이터 요금 부담도 커지는 것 아닌가.
"매달 일정액을 내는 정액제 방식으로, 기존의 요금제에 비해 파격적으로 싼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다. 게다가 개방형 서비스에서는 지금처럼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내는 정보이용료를 따로 낼 필요가 없다. 콘텐츠 제공업체들도 이동통신업체 눈치 볼일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이동통신 업체에 배타적으로 묶이거나 수수료를 내거나 할 필요가 없다." 정 사장은 정확한 요금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LG텔레콤 안팎에서는 대략 월 1만원 이하의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 통신망에 과도한 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물론이다. 현재로서는 웹 검색 중심으로 서비스를 할 것이다. 사용자도 텍스트 중심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대용량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는 것은 현재의 통신 압축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 풀 브라우징(full browsing)
휴대폰 무선인터넷에서도 일반 인터넷 사이트와 동일한 형태로 문서와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휴대폰에서 이용하는 무선인터넷은 텍스트 중심의 무선 표준인 왑(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왑 방식은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구동하기 위해 간소화한 국제규격으로 유선 인터넷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반면 풀 브라우징 서비스가 구현되면 휴대폰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웹 브라우저를 구동해 각종 웹사이트에 바로 접속할 수 있다.
정일재(丁一宰·49)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1990년 LG그룹에 입사,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장과 지주회사인 ㈜LG 부사장을 역임하고, 2006년 7월 LG텔레콤 사장에 취임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량 휴대폰 결제, 개방형 무선인터넷 사업 등 수익성 높은 사업을 추진, LG텔레콤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연구원 출신답게 논리가 분명하다. 경영철학은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여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회사를 만들자" 이다.
입력 2008.03.13. 17:13업데이트 2008.03.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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