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한 산불이 확산된 가운데 24일 오후 옥산면 전흥리 한 주택이 화염에 휩싸여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대형 산불이 경남에서 시작해 경북을 거쳐 충북까지 번지며 닷새째 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산불은 기름기 많은 침엽수 잎과 가지에 붙은 불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지는 ‘도깨비불’ 형태다.

지난 21일부터 경남 산청·하동·김해, 경북 의성·안동, 울산 울주, 충북 옥천 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 지역에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아 산불 규모가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25일 “활엽수에 비해 침엽수는 수분은 적고 정유(기름)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게 나무를 태우고 열기를 많이 배출한다”며 “화세(火勢)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산불은 바닥에서 풀과 낙엽 등을 태우다가 나무줄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그다음에는 나무 전체가 불기둥처럼 되면서 특히 가지가 뻗은 부분과 잎이 무성한 부분으로 불이 옮겨붙게 된다. 이런 상태를 ‘수관화(樹冠火)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불길이 숲의 윗쪽으로 번진 상태에서 바람이 불면 불이 빠른 속도로 먼곳까지 옮겨 붙을 수 있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 날아다니는 ‘비화(飛火)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바람을 타고 남서쪽에 있는 하동까지 옮겨붙었다. 당시 최대 풍속은 초속 11m였다. 또 경북 의성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도 24일 바람이 초속 15m로 불면서 북쪽에 있는 안동으로 번졌다.

이렇게 바람이 불때 산불 확산 속도는 26배 이상 빨라진다는 게 국립산림과학원의 설명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보통 비화가 1~2㎞ 발생한다”며 “호주 등 해외에서는 비화가 20㎞까지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메마른 날씨도 산불에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남 산청은 올해 3월(1~24일) 강수량이 42.3㎜다. 작년 3월(89.9㎜)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경북 의성 강수량도 올해 3월 29.6㎜로 작년 3월(55.3㎜)의 절반 수준이다. 경남 김해도 올해 3월 강수량이 28.2㎜로 작년 3월(112.6㎜)의 25%다. 기상청은 오는 27일 비가 온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산불 지역은 대기가 건조해 빗방울이 쉽게 증발할 수 있다.

이번 산불로 이날까지 발생한 인명 피해는 15명(사망 4명·중상 5명·경상 6명)으로 집계됐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산불 현장에 인력 6700여 명과 헬기 110대, 장비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평균 진화율은 8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