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충암고등학교 역대 총동문회 회장들이 윤 대통령을 향해 “부끄러운 졸업생”이라고 말한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충암고 총동문회 회장단은 지난 24일 충암고를 방문해 윤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과 및 사퇴 촉구서’를 전달했다.
사퇴 촉구서에는 “충암학원의 현직 이사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문제에 대해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했다”며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명백하게 지탄받아야 마땅한 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학교 당국은 재학생들을 비난하는 일부 정치 편향적이고 과격한 시민들로부터 재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며 “윤 이사장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으로 충암학원을 갈라치기하려는 매우 경솔한 언행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비록 전문 교육을 받은 교육자는 아니지만, 한 사학재단의 운영자로서, 공적 위치에 있는 사회 지도층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며 경솔한 언행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이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 연단에 올라 “내란수괴 윤석열, 이상민, 김용현, 여인형의 모교 충암학원 이사장 윤명화”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침탈하는 군인들과 이를 막아서는 용감한 국민의 저항을 보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 제 소셜미디어(SNS)에 ‘윤석열을 그 일당과 함께 충암의 부끄러운 졸업생으로 100만번 선정하고 싶다’고 적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국민을 배신하고, 국가를 사유화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폭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총동문회 회장단이 이날 전달한 사퇴 촉구서에는 현직인 16대 김재우 총동문회 회장을 포함해 총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1대부터 16대까지의 총동문회장단 중 고인이 된 2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참여했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 이사장 방문 의사를 전했지만 윤 이사장이 응하지 않아 문서를 전달하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이사장의 사과가 없을 경우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암고는 윤 대통령(8회)과 김용현(7회)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12회)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17회)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모교다.
충암고 총동문회는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을 사랑하는 충암인 모임(윤충모)’을 조직하기도 했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내부에서 지지가 엇갈려 그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충암고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가 ‘내란 옹호’라는 논란에 수정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22년 충암학원 이사장으로 선임된 윤 이사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 중랑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 의원으로 당선됐으며, 2021년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모임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충암고를 운영하는 충암학원은 급식 비리, 교직원 채용 비리 등이 드러나 2017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파견한 관선 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윤 이사장은 2022년 5월 이사장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