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24일 오전 산림청 헬기가 산청군 단성면 일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 대부분이 입산자 실수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실시한 정확한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산불의 원인이 실화(失火)로 지목된다면 불을 낸 사람들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최대 3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24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산불로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으며, 1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피했다. 지금까지 산림 8732㏊(헥타르)가 불에 탔다. 축구장 1만2230개 면적이다.

경남 산청군 산불은 지난 21일 오후 3시26분쯤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했다. 인근 농장에서 A씨가 예초기로 잡초 제거 작업 중 불씨가 튄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당시 A씨와 함께 작업 중이던 동료가 불이 확산하는 모습을 보고 119에 화재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 불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군 산불의 현재 진화율은 71%다.

경북 의성군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도 성묘객의 실화로 발생했다. 소방당국에는 이날 오전 11시25분쯤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 묘지 정리 중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해당 성묘객을 대상으로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영향 구역은 현재까지 6861㏊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북 의성 산불 전체 진화율은 현재 65% 수준이다. 의성군은 산불이 진화 후 성묘객을 조사해 관련 법에 따라 고발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서 지난 22일 오후 12시 12분쯤 발생한 산불도 인근 농막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했다. 울주군은 산불 용의자인 60대 남성 B씨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고 밝혔다. 울주군 특별사법경찰관은 산불 발생 후 현장에서 B씨를 만나 ‘용접을 하던 중 튄 불티가 인근 전답에 옮겨가 산불이 시작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울주군은 산불을 모두 진화한 뒤 B씨를 불러 자세한 산불 발생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산불 영향 구역은 현재까지 278㏊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까지 진화율은 69%다. 이 불로 인근 6개 마을(양달·신기·중광·내광·외광·귀지) 867명이 대피한 상태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 부근에 산불이 발생했다. 사진은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의 산소. /연합뉴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과실로 다른 사람의 산림을 태웠거나 자신의 산림을 불로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고의로 산에 불을 낸 방화범뿐만 아니라 실수로 산림을 태운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일반 실화보다 산림 실화가 더 처벌이 무겁다. 고의로 산불을 낸 방화 가해자는 최대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는 “산에서 불이 난다면 과실과 비교해 인명, 물적 피해가 막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과거 산불을 낸 사람들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22년 4월 강원 양구 지역에서 산불을 내 산림 720㏊를 태운 C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6년 4월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고운리에서 쓰레기를 태우다가 산불을 낸 D씨는 징역 10월형을 선고받고 8089만원의 배상금도 냈다. 이 불로 총 53.8ha 산림이 탔다. 2017년 3월 강릉시 옥계면 산불도 주민 2명의 실수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연평균 산불은 546건이 발생하는 데, 이 중 봄철(3∼5월)이 303건으로 56%를 차지했다.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71건(31%),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 순으로 많았다.

문 변호사는 “실수일지라도 산불을 낸다면 형사 처벌과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지게 될 수 있다”며 “산림보호법에서는 화기·인화·발화 물질을 지니고 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어겨 산불이 난 경우에는 실화라도 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