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의 김성훈 차장이 “처벌이 두려워서 그 임무를 소홀히 한다면 경호처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21일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서울서부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한 김 차장은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고 교육·훈련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결정된다.
이날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김 차장과 이광호 경호본부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 당시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집행을 막아야한다는 강경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와 함께, 집행 저지에 반대한 간부를 부당 인사조치하고 보안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정장 차림에 검은색 마스크를 한 채 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이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영장 집행을 방해한 게 맞느냐’고 묻자 “어떤 지시가 아닌 법률에 따라 경호 임무를 수행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적법한 영장 집행으로 보지 않고 저지를 한 것인지’ 묻는 말에 “적법한 영장 여부를 저희가 판단하지 않는다. (경찰과 공수처가) 사전에 영장 제시나 고지 없이 무단으로 정문을 손괴하고 침입했다.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 차장은 윤대통령이 총기 사용을 지시했다거나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왜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또 윤 대통령이 비화폰(보안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 규정에 따라 보안 조치를 강구한 것뿐이지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전 9시 53분쯤 법원에 출석한 이 본부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그냥 갈게요, 수고하세요”라고만 했다.
김 차장 등이 모습을 드러내자 법원 정문 밖에 있던 일부 지지자들은 큰 소리로 “대통령 경호처 화이팅”, “경호처는 무죄다”라고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