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14일에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는 등 완연한 봄 날씨를 보였지만, 나흘 만에 다시 겨울로 돌아갔다. 3월 중순에 많은 눈이 내리자 시민들은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 뒀던 패딩 점퍼를 다시 꺼냈고, 출근 대란을 걱정하며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왔다. 건물 관리인들도 다시 제설장비를 꺼내 쌓인 눈을 쓸었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서울 강북에는 눈이 11.9㎝ 쌓였다. 경기 의정부는 13.8㎝, 이천 장호원은 13.9㎝이다. 서울 지역에는 전날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늦게 발령된 대설특보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던 안예린(31)씨는 “3월 중순에 갑자기 이런 많은 눈이 와서 당황스럽다”며 “일찍 나오려고는 했는데 지금 약간 늦었다. 신발이 다 젖었다”고 했다.
아침부터 음식 배달을 하던 김인국(48)씨는 “눈이 와서 당황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기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제설작업용 카트로 염화칼슘을 뿌리던 이모(67)씨는 “그냥 하는 일이니 하는 거죠”라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도 오전 8시쯤 출근길 시민들이 패딩 점퍼에 목도리를 갖춰 입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미끄러운 눈길에 넘어지지 않으려는 듯 옆 사람 팔을 잡으면서 서로 의지해 길을 걸었다.
직장인 장호필(50)씨는 “눈이 와서인지 지하철 열차 안에 사람이 평소보다 30~40%는 많았다”며 “3월에 눈이 온다고 해서 옷장 속 패딩 점퍼를 다시 꺼냈다”고 말했다. 이모(29)씨는 “아침부터 눈이 많이 와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지하철 안에 사람이 많아 고생했다”면서 “이제 봄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눈이 오다니”라고 했다.
송파구 잠실역에서 만난 양모(34)씨는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에서 출근하는 길이었다. 양씨는 “서울로 오는 큰 길은 눈이 거의 녹았는데, 동네에 작은 길은 미끄러워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박모(52)씨는 “살면서 3월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건 처음 본 것 같다”며 “다음 주는 낮 최고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른다는데,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고 했다.
강남구 강남역에서 만난 김주찬(41)씨는 “눈이 오는 걸 알고 일찍 일어나 차에 덮인 눈을 다 긁어냈는데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시동이 안 걸리더라”며 “할 수 없이 버스 타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경기도 직장인들은 아침을 더 서둘렀다. 오산에서 성남 분당으로 출근하는 엄모(33)씨는 “평소 승용차를 타면 경부고속도로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운전이 어렵겠다 싶어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이라면서 “평소보다 1시간30분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아침에 많은 눈이 내려 차량들은 천천히 운행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도심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17.9㎞이고, 서울시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21.4㎞였다.
경사가 급한 도로는 눈 때문에 통제됐다가 제설이 마무리된 후 다시 차량 이동이 가능해졌다. 감사원에서 와룡공원까지 감사원길은 이날 오전 4시5분부터 6시까지 통제됐다. 북악스카이웨이와 솔샘터널, 정릉IC~삼양입구사거리 솔샘로는 오전 5시쯤 통제돼 오전 7시 전에 해제됐다. 신촌오거리에서 서강대정문까지 백범로는 오르막 구간이 오전 8시18분부터 33분 간 통제됐다.
눈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18분쯤 내부순환로 성산 방향 정릉터널 입구에서는 차량 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6시 36분쯤 성수대교 남단 →북단 방향에서는 승합차 1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중앙 난간을 들이받았다. 두 사고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