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등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 '정당 2천인 긴급시국선언'에 참석했다. /뉴스1

17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동안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촉구 집회는 자주 열렸지만, 이날은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해 온 단체와 야당이 함께 시국선언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이동했는데, 이 때문에 도로 2개 차로가 통제되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도 열렸다.

국회와 경찰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연 뒤 오전 11시30분부터 광화문을 향해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시·도·군·구 의원도 행진할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고 당내에 공지했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최고위원 등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이 오후 2시에 이곳에서 연 ‘각계 긴급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4당도 함께했다. 퇴진비상행동에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1500여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헌재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그 폐해는 커지고 우리 국민은 극단적 대립과 대결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며 “헌법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헌재는 신속한 판결로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진비상행동은 시국선언에서 “만약 이번 주에도 윤석열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지지 않으면 이번 주말 200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헌재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부터 매일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약 8.8㎞를 행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잡히기 전까지 도보 행진과 탄핵 촉구 집회 참석, 릴레이 규탄 발언 등을 반복할 계획이다. 이들이 도로 2개 차로를 차지하고 행진하자 차량의 이동 속도가 떨어졌다.

퇴진비상행동과 야 5당은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을 마친 뒤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했다. 시위대는 오후 3시25분쯤 안국역사거리에 도착했는데, 100m 떨어진 곳에서는 자유통일당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퇴진비상행동 측을 향해 욕설을 했다. 집회 참가자는 탄핵 촉구 1200명, 탄핵 반대 300명(경찰 비공식 추산 기준)으로 집계됐다.

박대출, 추경호, 권영진,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화문 일대에서는 최근 탄핵 촉구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다 야당이 참여한 시국선언을 지켜본 직장인 양모(30)씨는 “집도 이 근처인데, 집회 때문에 늦은 밤에도 시끄러워 잠을 못 자서 고통스럽다”며 “요즘엔 집회 때문에 차가 너무 막혀 어디 갈 때는 평소보다 30분 빨리 나간다”고 말했다.

탄핵 촉구 집회는 이날 저녁에도 이어진다. 비상행동과 민주당 등 5개 야당은 오후 7시부터 9시30분까지 행진한다. 집회 참가자 1만명은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안국역, 을지로1가, 숭례문을 거쳐 다시 동십자각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촛불행동도 비슷한 시각 송현녹지공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

자유통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구성된 대통령국민변호인단도 오전 9시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대학로 캠퍼스에서는 오후 3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도 헌재 앞에서 5인 1조로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탄핵 각하’ 팻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