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남쪽 담장 일부에 설치된 원형 철조망. /김관래 기자

헌법재판소가 다음 주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경찰이 경비 태세를 더 강화했다. 경찰버스를 이용한 ‘차벽’을 칠 수 없는 곳에는 가시 돋힌 철조망도 설치됐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14일 오전 10시쯤 경찰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 보도로 시민들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헌재 직원이나 기자, 신분이 확인된 관계자만 신분증을 확인한 뒤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부터 탄핵심판 선고일까지 정문 앞 통행을 제한할 예정이다. 전날까지는 1인 시위자도 정문 앞을 지날 수 있었다.

또 경찰은 헌재 정문 앞에 방호벽을 추가로 설치했다. 현재 이 주변에서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나 1인 시위자가 헌재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막는 조치로 보인다. 정문 앞 횡단보도 통행도 차단했다.

헌재 남측 왼쪽 담장 위에는 군부대가 적의 공격에서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윤형 철조망이 6m쯤 설치됐다. 이곳은 민간 건물과 경계를 접하고 있다. 경찰버스로 헌재 주변을 완벽하게 두르지 못하고 공간이 남자 시위대가 담을 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헌재 주변에는 경찰버스 36대, 방호벽 7개가 설치돼 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인근에 경찰 차단벽과 바리케이트가 설치돼있다. 2025.3.14/뉴스1

한편 헌재 인근에서는 탄핵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헌재 정문 건너편 보도 위에서는 20명이 모여 “탄핵 기각” “재판 똑바로 하라”고 외쳤다. 가로수에는 ‘입법독재 국회’ ‘계엄은 계몽령’ ‘탄핵 무효’ 등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정문 앞 인도 보도블록에는 유명 강사 전한길씨의 유튜브 채널로 연결되는 QR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 단체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오전 11시부터 헌재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통일당과 엄마부대는 오후 1시부터 안국역 5번 출구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같은 자리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도 윤 대통령을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경복궁역 1번 출구 인근 서십자각터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후 7시에는 비상행동이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촛불행동이 열린송현녹지공원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건너 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김관래 기자

정부는 탄핵심판 선고일에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시설파괴·방화·경찰관 폭행 등 공권력 도전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선고 전날부터 비상근무하고, 선고일 당일에는 갑호 비상을 발령해 가용 경찰력 100%를 동원한다. 집단 난동과 경찰관 폭행이 발생하면 현행 체포를 원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중구는 8개 권역으로 나눠 ‘특별 범죄예방 강화구역’으로 지정해 치안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