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10일 울산 온산공단 유류탱크 화재 현장에서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이용해 불을 끄고 있다. /소방청 제공

울산 온산공단에서 지난 11일 발생한 유류탱크 화재는 3시간 만에 진압됐다. 큰 불길은 2시간 여 만에 잡혔는데, 2022년에 도입된 ‘대용량포방사시스템’ 덕분이라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울산에 배치된 이 장치는 대형 펌프차 26대 만큼의 물을 뿌릴 수 있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15분 울산 울주군 온산읍 처용리 온산공단 내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 유류 저장탱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온산공단은 국내 주요 석유·화학 단지 중 하나로, 정유사 중 에쓰오일(S-OIL)이 입주해 있다. 불이 난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는 액체 화물의 하역, 입고, 보관, 출고 등의 업무를 한다. 불이 난 탱크는 250만ℓ 크기로, 안에는 솔벤트가 저장돼 있었다.

소방대원은 화재 신고 접수 9분 만인 전날 오전 11시26분 현장에 도착했다. 헬기 3대, 대용량포방사시스템 1대, 선박 7척을 포함한 장비 75대와 인력 185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펼쳤다. 신고 접수 2시간 여 만인 오후 1시33분에 큰 불길을 잡았고, 3시간 여 만인 오후 2시19분 완전히 진화했다.

비슷한 화재였던 고양 저유소 화재 진화에 17시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14시간이나 단축된 셈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에서 2018년 10월 7일 오전 10시56분 발생한 화재는 다음 날 오전 3시58분에 완진됐다. 490만ℓ 크기의 탱크에는 휘발유가 담겨 있었다. 당시 소방당국은 헬기 5대를 포함한 장비 243대, 인력 790명을 투입해 진화했다. 불이 난 탱크 크기가 다르지만, 장비는 3분의1, 인력은 4분의1 수준만 투입하고도 진화 소요 시간은 대폭 줄었다.

10일 오전 울산시 온산읍 처용리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에서 유류 저장탱크가 폭발해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소방당국이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이용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은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가 현장에 배치된 지 15분 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 소방당국은 고양 저유소 화재와 같은 대형 유류탱크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2022년 1월 현장 배치됐다. 현재는 대규모 유류저장·취급시설이 많은 울산지역 중앙 119구조본부 화학센터에만 2대 배치돼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충남 서산119화학구조센터에 추가로 1대 도입될 예정이다.

울산에 배치돼 있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장비 1대는 분당 4만5000ℓ, 다른 장비 1대는 분당 3만ℓ의 소방용수를 최대 130m까지 내뿜을 수 있다. 대형 펌프차(분당 2800ℓ 이상 방수) 26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수준이다.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은 수중펌프를 활용하면 호수나 하천, 해수를 소방용수로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 장비는 울산에만 있어 대형 화재나 사고가 발생하면 이동해 활약하고 있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 냉천이 범람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을 때 물을 빠르게 빼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다. 2023년 3월 대전 한국타이어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는 데 기여했다.

소방청은 “대형 유류 저장탱크 화재는 옆 탱크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어 많은 소화용수로 초기에 진압해야 한다”며 “앞으로 전국 권역별로 배치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