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33)씨 6일 오전 1시쯤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슴에 공격을 당했다. 사진은 당시 최씨와 마주한 사슴. / 연합뉴스

경기 수원시에서 걷고 있던 사람이 사슴의 공격을 받아 부상당하는 사고가 2건 발생했다. 도시 지역에서 야생 사슴이 출몰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사슴은 완전한 야생은 아니고 인근 농장에서 탈출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7일 수원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시쯤 영통구 광교호수공원에서 귀가 중이던 최모(33)씨가 사슴의 습격을 받았다. 사슴의 뿔에 찔려 복부와 사타구니를 다쳤다. 같은 날 오전 5시 22분쯤에는 6㎞ 떨어진 장안구 광교저수지 산책로에서 60대 여성 A씨가 갑자기 나타난 사슴의 뿔에 다리를 찔려 다쳤다.

수원시는 사고 발생 지점이 비교적 가깝다는 점을 근거로 같은 수사슴이 사람을 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암사슴은 뿔이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지 20년 됐는데 사슴이 사람을 공격한 것은 이번에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 사슴은 아직 광교 일대를 배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순찰 중이던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장안구 광교임시수련원 인근에서 사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수원시와 경찰, 소방은 총 25명을 투입해 이날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포획을 목표로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아직 사슴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사슴이 어디서 왔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 사슴은 제주도 한라산에 250여마리, 전남 영광군 안마도에 1000여마리 뿐이다. 육지까지 제주도에서는 약 100㎞, 안마도에서는 약 26㎞ 떨어져 있어 헤엄쳐 상륙할 수도 없다.

다만 일부 육지 농가에서 사슴을 사육하고 있다. 광교 인근에는 사슴 사육 농가가 없지만 다른 지역 농장을 탈출한 사슴이 수원으로 이동했을 수는 있다. 손창남 한국사슴협회 사무총장은 “광교 일대에서 출몰한 수사슴 사진을 보면 뿔의 크기가 자른 뒤 다시 자란 정도로 작다”며 “농가에서 사육되던 개체가 탈출해 야생화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슴은 성격이 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발정기에는 공격성이 강해진다. 사슴은 10월부터 12월까지 평균 21일 주기로 발정이 온다. 손 사무총장은 “온순한 개체라도 발정기엔 난폭해지곤 한다”며 “만약 발정기에 접어든 야생화된 사슴을 마주했다면 절대 자극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