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거주하는 전모(62)씨는 최근 무료로 북한예술단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초대장을 받고 한 연회장을 찾았다. 2시간가량으로 안내됐던 공연은 5분 만에 끝났고, 공연 참가자들은 북한 출신이 아닌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들이었다. 짧은 공연 이후 한 중년 남성은 10만원대 보일러 매트부터 고혈압, 당뇨 등 모든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버섯 가루’를 50만원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북한예술단 공연과 식자재를 무료로 제공한다며 노인들을 현혹한 뒤 건강기능식품이나 관광 상품 등 판매를 일삼는 일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5일 서울 마포구 등의 아파트 단지에 ‘북한예술단 대공연’ 초대권을 담은 전단지가 대량으로 배포됐다. 전단지에 따르면 대상은 50세 이상으로, 북한 출신 배우들이 공연을 진행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참석자들에게는 달걀이나 고추장도 무료로 제공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연은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미끼라는 주장이다. 과거 예술단 공연에 참석했다는 황성은(71)씨는 “지난해 11월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북한예술단 공연을 보러 와서 2시간 대기하다가 입장했는데, 트로트 노래만 잠깐 틀어놓고 상품 선전을 시작했다”며 “주변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니 나도 덩달아 40만원어치 건강식품을 구매했다”고 했다.
이들은 과거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보여주겠다며 현혹해 쌈짓돈을 챙겨갔다고 한다. 황씨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부산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연하고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공연의 경우 용산구 한 장소를 180만원에 대여해 하루 3차례 ‘떴다방’식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해당 사실인지하고 있지만 손쓸 도리가 없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따로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을 대상으로 단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무료로 물건을 준다면 의심부터 해야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공연 주최 측은 “국가에서 방문판매 허가를 받고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식품을 홍보하는 것”이라며 “공연단은 노인을 위한 단순 예술 공연을 진행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