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도박 중독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발달로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져 청소년 중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기준 231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2056명)보다 12.45% 증가했다.
도박중독 환자가 늘면서 요양급여비용도 덩달아 증가했다. 지난 2018년 11억원에 지난해 처음 20억원대를 넘어선 21억8800만원을 기록했다.
도박중독에 빠진 청소년도 증가 추세다. 2018년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은 65명에 그쳤지만, 2021년 100명을 넘어선 뒤 세 자릿수를 지속 유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 이미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 사범도 증가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996년 6189명에서 지난해 1만839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이미 지난 9월 2만명을 넘겼다. 마약류 사범이 2만명을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10대 마약류 사범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0년대만 해도 두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481명이 적발됐다. 올해의 경우 9월까지 988명을 기록해 처음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도박과 마약에 중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범죄의 경우 암수범죄율이 최대 20배로, 실제 마약류 사범은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도박중독자 역시 23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도박과 마약 확산 배경은 IT 발달이 꼽힌다.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굉장히 늘었다”며 “사회적으로 고립되다 보니 외부 강력한 물질이나 자극을 원하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욕구가 온라인 도박과 마약 같은 것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박과 마약에 대한 처벌보다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모두 범죄인 동시에 ‘질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도박과 마약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다.
이해국 교수는 “중독 문제는 벌을 준다고 해결하기 어렵다”며 “국내서는 의료기관과 재활기관으로 이어지는 연계 모델이 거의 없어 의료계와 연결이 끊겨 치료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