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옷 재질이 좋고 디자인이 예뻐요. 원피스도 사고 화장품 쇼핑도 하려고 합니다.” (60대 중국 관광객 왕 린 씨)

“관광버스에 타기 전에 관광객들 캐리어를 옮기는데 쇼핑을 하려고 아예 텅 빈 채 가져 온 경우가 많았어요.” (관광 안내사 A 씨)

24일 오후 2시 4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 31명이 입국하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광객들은 시종일관 환한 얼굴로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대기하던 인천공항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산업협회 관계자들은 기쁜 얼굴로 화답하듯 인사를 건넸다.

24일 오후 2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 31명이 들어서고 있다./전병수 기자

이날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관광공사가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방한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여행업계가 거는 기대는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중국은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34.4%(602만명)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6월까지 중국인 비중은 12.3%(55만명)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THAAD·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에 이어 코로나 사태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달 10일부터 단체 비자 발급을 재개하면서 선박, 항공편을 통한 한국행 예약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23일에는 여객선을 타고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 150여명이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국내를 방문하는 중국인이 올해 하반기 220만명을 기록하고 한국 경제성장률을 0.06%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 / 롯데면세점 제공

◇ 헤이리마을 찾은 中 단체 관광객들 “한국 문화·먹거리 체험 설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첫 행선지는 파주 헤이리 마을. 헤이리 마을은 2017년까지만 해도 단체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겨냥해 운영하던 음식점이 많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간신이 운영하거나 폐업한 곳이 늘었다. 12년 전부터 아트 센터를 운영해 온 윤학순(59) 씨는 “중국 단체관광이 금지된 후 헤이리 마을을 찾는 중국인들이 사라졌다”며 “기본적으로 매출이 20% 넘게 줄었고 인근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음식점들은 줄줄이 폐업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실은 관광버스가 도착하자 한적했던 동네가 북적북적해졌다. 깃발을 흔들며 안내하는 인솔자와 함께 10분 정도 걸어 도착한 한 아트센터에서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 관계자가 오랜만에 찾아온 이들을 환대하며 기념품을 전달했다. 이들은 ‘김치’라고 크게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왕만차오(34) 씨는 “이번 단체관광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됐는데 전통문화를 즐기고 싶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라며 “한국은 특히 중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음식뿐만 아니라 패션에 대한 관심도 크다”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5시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마을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고르고 있다./강정아 기자

관광객들은 헤이리 마을을 돌아다니며 수공예가게, 카페, 옷 가게 등 다양한 상점을 찾느라 바빴다. 한 관광객은 감성 카페로 유명한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 기념품 가게에서 그릇과 컵 등을 구매하는 관광객도 있었다. 카페에서 빙수를 시키며 한국의 팥빙수에 관심을 보이는 관광객들도 보였다. 따이루이(29) 씨는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전통 음식을 많이 맛볼 생각으로 왔다”며 “처음엔 쇼핑을 많이 할 생각이 없었는데 구경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돌아온 큰 손에 헤이리 상인들 ‘화색’

인근 상인들도 중국인 단체 관광이 허용되면서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5시쯤 한 카페에선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주문한 음료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12년간 카페를 운영한 사장 김 모(53) 씨는 “지난 2017년 단체관광이 끝나면서 서울에서 단체 관광버스를 타고 오던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었다”며 “매출도 15% 정도 줄었는데 이번 단체 관광객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 도착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강정아 기자

중국 관광객이 반가운 이유는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씀씀이가 큰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11년째 수제 공예품 상점을 운영하는 김 모(49) 씨는 “중국인은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큰 손’이고 한 번에 15명씩 들어와 물건을 사 가곤 했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증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캔들 샵을 운영하는 장 모(29) 씨는 “단체 관광객이 많을 땐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10대 넘게 주차되곤 해서 캔들 제작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했었다”며 “지금은 매출이 20% 정도 감소하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면서 다른 나라의 관광객도 연이어 줄었는데 이번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방문이 매출 회복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