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4년 전 도 공무원 10여명을 ‘북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시켜 새만금 잼버리를 위한 100가지 체크리스트(점검 사항)를 만들게 했지만, 이 체크리스트가 실제 행사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전북도에서 낸 ‘2019 북미 잼버리 스터디팀 활동 결과 보고’ 문건에 따르면, 도 공무원 14명은 2019년 7월 18일부터 8월 2일까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북미 잼버리 대회에 참가했다. 15박 16일 동안 야영을 마치고 이들은 31쪽 분량의 결과 보고서에서 100가지 점검사항을 제시했다.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텔타구역 쿨링 터널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한편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폭염 대비 냉수 공급 확대와 쿨링버스 130대 배치 등 관련 대책을 내놨다.2023.8.4/뉴스1

체크리스트에는 ‘폭염 대비 무더위 쉼터 대폭 확충 필요’ ‘모기·해충 등에 대한 대비 필요’ ‘식자재 검수 등 식품 안전 관리 철저 진행’ 등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불거진 폭염과 벌레에 대한 대비책 부족 문제, 화장실 위생 문제, 상한 음식 제공 등 거의 모든 문제가 4년 전 체크리스트에 이미 담겨 있었지만, 문서에만 그쳤을 뿐 현장에선 점검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을 다녀온 건 전북도뿐만이 아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개발청, 여성가족부 등에서 90건 이상 출장이 이뤄졌는데 대다수가 ‘외유성 출장’이었다. 출장지에는 잼버리와 무관한 해외 유명 관광지가 다수 포함됐다. 전북도 공무원 5명은 2018년 ‘세계잼버리 성공 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 조사’를 위해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 명소를 다녀왔지만, 정작 두 나라는 잼버리 개최 경험도 없다.

부안군 공무원들은 2019년 10월 ‘잼버리 개최지 홍보와 연구’를 위해 중국 상하이 유람선 여행을 했고, 프랑스 파리를 찾아 와인 시음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들의 보고서에는 인터넷에 있는 사진이나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겨 붙이고, 잼버리와의 관계를 무리하게 연결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야 의원 5명도 2019년 북미 잼버리를 참관하기 위해 4박 6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갔다. 잼버리 참관은 이틀에 그쳤다. 나머지 일정은 워싱턴 DC에서 주미 대사 주최 관저 만찬에 참석하고 휴식하는 것 등이었다. 출장비는 총 4788만원이었다.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매일 전문 청소 인력이 샤워장 및 화장실을 청소함”이라고 적혔는데, 이 역시 이번 대회에서 불거진 화장실 위생 문제를 예방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