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2시쯤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 델타(대집회장) 구역. 자원봉사자 김모(58)씨가 큰 목소리로 “아이스(ice)! 아이스(ice)! 얼음물 챙기세요!”를 연신 외쳤다. 그는 체감온도 33도의 뙤약볕 아래에서 꽝꽝 얼린 500㎖ 생수병 50여개를 쌓아두고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이날 4개째 얼음물을 받았다는 루마니아 출신 조지(19)군은 “첫날만 해도 일일이 물을 떠먹거나 편의점에서 사 마셔야 했는데 이제 얼음물을 챙겨주니 필요할 때마다 받을 수 있어 편하다”며 “사실 텐트 안에 몇 개 쟁여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꽁꽁 언 얼음물을 잠시 밖에 둬 살짝 녹이고 나눠주는 게 팁이라면 팁이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김씨가 속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지난 4일부터 잼버리 현장에 40여명의 직원과 봉사단을 파견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000080), LG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구호품을 나눠줬다.

부실한 폭염 대책, 배수시설 부족 문제 등 초반에 여러가지 문제가 지적됐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여러 기업들의 전폭적 지원으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던 참가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세계 청소년의 이미지가 나빠져선 안 된다”며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찾아온 봉사자들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7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6일 하루에만 잼버리 행사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700명이다. 같은 날 현장지원 공무원(180명)보다 3배 이상의 인력이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물을 나눠주거나 의료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새만금을 찾은 지구촌 손님들을 반겼다. 비록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6호 태풍 ‘카눈’ 때문에 잼버리에 참가 중인 전 세계 3만여명의 대원들이 조기 퇴영해 서울 등 수도권으로 향하기로 해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앞다퉈 달려온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현장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오후 2시쯤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얼음물 지원을 위해 나와 있는 냉동탑차(왼쪽)와 얼음물을 나눠주고 있는 봉사자와 대원들(오른쪽). /강정아 기자

현장의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의 의료진도 새만금을 찾았다. 델타 구역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의 진료소에서 만난 이성우 고려대 긴급 의료단장(응급의학과 교수)은 5일부터 새만금에 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잼버리 의료지원팀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개선된 의료지원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의료원은 보건복지부를 통해 의료인력을 모집하는 긴급 공문을 받았고, 자발적으로 10명 규모의 긴급 의료단을 꾸려 새만금에 짐을 풀었다. 처음 의료진이 잼버리에 도착했을 땐, 링거·붕대·의약품 등 전반적인 의료 물품이 부족했다고 한다. 고려대 의료원 사회공헌사업본부 소속인 김동하(40)씨는 “지원 첫날 링거랑 폴대, 깁스 등을 챙겨서 막 들어갔는데 진료소 내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반가워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의료지원 환경이 많이 나아졌고, 남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길 바란다”며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료소에서 지난 2일부터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는 신모(51)씨는 “수요일(2일)에 왔을 때는 환자들이 많아서 통제가 안 될 정도였는데 지금은 환자 수도 적어졌다”며 “시설이 좋아지고 의료인력도 늘어난 만큼 좋은 인상을 대원들에게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의 참가자들은 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 온열질환자 2명을 데리고 진료소에 방문한 칠레 캠프 담당자 다니엘(41)씨는 “의료인력이 늘어 대응도 신속하고 시설도 개선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벌레에 물려 피부 발진 반응을 일어난 대원도 있지만 바로 약을 바를 수 있어 견딜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4시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 의료지원에 나선 고려대 의료원 관계자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임시로 마련된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전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