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부지방에 장마가 시작되면서 서울에 최대 100㎜에 달하는 ‘물폭탄’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서울에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공영주차장은 아직도 침수를 막을 차수판(물막이판) 설치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은 반포천 복개주차장은 장마 시작 직전인 지난 24일에야 공사가 끝났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소영철 시의원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설공단은 총 25곳에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20곳이고, 복개천에 지어진 주차장은 5곳이다.
주차장 25곳 중 5월 말 기준으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차수판이 설치된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지하주차장은 7곳, 복개천 주차장은 2곳이다. 서울시설공단은 “지하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水防) 기준에 공영주차장은 차수판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나, 향후 점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림천을 복개하고 만들어진 신대방역 공영주차장과 반포천을 복개하고 만든 고속터미널 인근 반포천 복개주차장은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신대방역 공영주차장은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차량 29대가 침수됐다. 반포천 복개주차장은 차량 52대가 피해를 봤고, 1층에 있는 29개 매장도 침수됐다.
그런데 두 곳 모두 침수 후 10달이 지나도록 차수판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포천 복개주차장은 지난 24일 차수판 설치가 완료됐지만, 신대방 공영주차장은 오는 29일에야 완공된다. 서울에 지난해처럼 ‘물폭탄’이 쏟아지면 피해가 재발할 우려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침수되지는 않았지만 석계역 공영주차장에도 차수판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현재 노원구청과 설치 협의 중이다.
서울시설공단은 반포천 복개주차장 차수판 설치가 늦어진 데 대해 “예산 확보와 설계·발주·계약체결에 시간이 걸려 올해 4월에 착공했다”고 설명했다. 신대방역 공영주차장에 대해서는 “침수 피해 발생 전 사전 경보 시스템 구축이 우선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지난해 하반기 수위관측용 폐쇄회로(CC)TV 카메라와 경보기 설치를 완료했다”며 “올해는 알루미늄 차수판을 보조 수단으로 추가 설치해 준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영철 시의원은 “공단이 관리하는 지하·복개천 주차장 과반은 물론 심지어 물난리가 났던 일부 주차장조차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공단은 지상 주차장보다 침수 위험이 큰 모든 지하·복개천 주차장에 최소한의 침수방지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서울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며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차수판 등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된 곳은 4곳 중 1곳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차수판과 역류방지시설 등 침수방지시설은 서울시 침수우려가구 2만8537호 중 6310호(22.1%)에 불과하다. 일부 가구는 생활 불편을 이유로 차수판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