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입양을 활성화한다. 해외 입양은 현재 입양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취지의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도 추진한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 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아동 보호체계를 시설 중심에서 가정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고, 취약계층 아동의 자산 형성을 돕는 내용이 담겼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도 아동의 의견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해 ‘모든 아동이 행복하게 꿈꾸며 성장하는 사회’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입양 심사·결연 업무, 입양기관 아닌 정부가 수행
한국은 과거 ‘고아 수출국’ 1위 오명을 갖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이하 영아는 해외로 입양할 수 없게 했고, 입양기관들이 해외 입양을 가급적 자제하도록 한 2007년부터 국내 입양 아동이 해외 입양 아동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입양아동 10명 중 4명은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2021년 입양아동 415명 가운데 189명(45%)가 해외로 입양됐다.
대책으로 윤석열 정부는 국내입양활성화 기본계획을 2026년에 수립하기로 했다. 입양 시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등 휴가·휴직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보호대상아동 국내입양체계를 개편해, 현재 입양기관이 맡고 있는 입양 심사·결연 등의 핵심 업무를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가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모든 입양 기록을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해 입양인의 뿌리찾기도 지원한다.
해외 입양에도 입양기관 대신 국가의 관여를 늘려 책임을 강화한다. 모든 해외 입양 아동에 대해 아동·양부모 기록과 적격성을 상호 확인하는 국가 간 입양절차를 마련하고, 입양 후 국적취득 여부 등 적응 상황도 점검한다.
이를 위해 해외 입양 아동의 아동매매, 약취 방지, 아동인권보호를 위해 마련된 국제법 체계인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을 추진한다. 한국 정부는 2013년 5월 이 협약에 서명했으나, 입양 관련 체계가 협약 기준에 이르지 못해 비준을 받지 못했다. 이 협약에는 101개국이 가입해 있다.
◇취약계층 아동 저축 지원, 단계적 확대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취약계층 아동의 저축액에 정부가 두 배의 금액(월 10만원 한도)을 적립해주는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양육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은 전 연령, 기초수급가구의 아동은 12세 이상인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연령 기준 형평성 등을 고려해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다.
보호대상 아동은 시설중심 보호에서 가정형 보호로 전환을 추진한다. 아동양육시설은 ‘1인 1실’을 우선 지원하고, 치료실·놀이실 설치도 확대한다. 보호대상아동을 위탁해 돌보고 있는 가정의 부모에게는 양육코칭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 안에 중장기 관점에서 ‘보호아동 가정형 거주로의 전환 로드맵(가칭)’도 마련할 계획이다.
보호대상아동이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 개선·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학대피해아동은 다시 부모가 학대하지 않도록 집중 관리도 실시한다.
◇내국인은 물론 불법체류자가 낳은 아동까지 모든 출생 국가서 관리·보호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보호를 보장한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행정기관에 통보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을 올해 중 추진한다. 이를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임산부가 아이를 낳은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태어난 아동은 지자체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병행한다. 또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도 올해 중 추진한다.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이 아이를 낳더라도 출생을 등록하게 해 공적인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아동을 발굴하고 보호를 강화한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를 부여받아 아동복지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아동을 발굴한다. 미혼부의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 전이라도 아동수당과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가 아동 사생활 침해 못하도록
정부는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와 국가·사회의 책임을 명시하는 ‘아동기본법(가칭)’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동 관련 입법과 정책에 대해 정부 부처의 아동정책영향평가를 활성화한다. 또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시·도 단위에서도 수립해 시행하도록 추진한다.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학대 발견율이 낮고 사망사건 비중이 높은 만 2세 이하 아동을 집중발굴한다. 필수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최근 1년간 의료기관 진료 기록이 없는 만 2세 이하 아동 약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오는 17일부터 3개월간 집중 조사를 실시한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아동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유튜브와 틱톡 등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가 콘텐츠에 아동의 사생활을 담아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아동 인권보호 체크리스트’를 개발해 배포할 계획이다.
◇지역 소아과 전문의, 아동 발달·심리·건강 상담 제공
정부는 아동들이 의료서비스를 받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보건소 전문인력이 신생아 가정을 방문해 산모와 아동 건강을 관리해주고, 육아 방법을 교육해주는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을 2027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 입원진료비는 현재 5%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으나, 이를 0%로 낮춰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 또 소득수준과 관계 없이 생후2년까지 미숙아·선천성 이상 아동 의료비를 지원한다.
지역 내 소아과전문의가 아동 발달, 심리, 건강관리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는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은 올해부터 실시한다.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발달 지연과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학생건강검진은 2025년까지 국가검강검진체계로 통합한다.
학습부진아동에게는 학습 지도와 정서행동 상담을 통합적으로 실시하는 ‘두드림학교’를 2027년까지 전체 초·중·고교로 확대한다. 또 보호대상·장애·경계선지능 아동을 위한 맞춤형 학습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