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주요 피의자 이경우(36)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디지털 포렌식에 들어갔다. 사건의 ‘윗선’ 개입 여부를 두고 피의자들 사이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경우의 휴대전화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힐 증거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래픽=손민균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도살인·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연지호(30)·황대한(36)·이경우를 구속 상태로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40대 여성 A씨를 납치하고 살해한 뒤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에서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주요 피의자인 이경우가 납치·살해를 사주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쏟고 있다. 지난 5일엔 이번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유모씨를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경기 용인시에서 체포했다. 7일엔 같은 혐의를 바탕으로 유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 유씨의 범행 의뢰 여부를 밝힐 ‘스모킹건(주요 단서)’은 이경우의 휴대전화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경찰은 이경우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있으며 이 휴대전화가 범행에 쓰였는지 확인하고 있다.

◇ 유씨 부부가 이경우에게 준 4000만원 목적 확인 할듯

경찰은 이경우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이경우와 유씨의 관계 및 논란이 되는 4000만원 금전거래 목적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9월쯤 유씨와 아내 황모씨는 A씨를 거쳐 가상화폐 퓨리에버 구매 계약을 맺었다. 당시 유씨 부부는 A씨에게 1억원 상당의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이경우도 퓨리에버에 8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2020년 11월 퓨리에버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가격이 1만원대까지 뛰었으나 이내 가격이 폭락했다. 이경우와 A씨는 유씨 부부가 퓨리에버 시세를 조작했다고 의심해 부부를 호텔에 감금하기도 했다.

유씨 부부가 호텔 감금 사건 등을 이유로 A씨 등을 고소했고 이 과정에서 2021년 6월쯤 이경우가 유씨 부부에 유리한 증언을 하며 이경우와 유씨 부부가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경우는 유씨 부부에게서 2021년 6월쯤 3500만원을, 같은 해 9월쯤에 5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이 돈이 범행에 쓰라고 준 착수금인지 살펴보고 있다. 다만 유씨 측 변호인은 “유씨 부부가 건넨 4000만원은 이경우에게 빌려준 것”이라며 “2021년 6월에 빌려준 3500만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려줬다”고 주장한다.

범행 이후 31일에도 이경우와 유씨는 두 차례 만나고 이경우가 유씨에게 6000만원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도 범행과 관련한 만남인지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가려야 한다.

이처럼 이경우의 휴대전화가 사건 수사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에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경우 휴대전화 확보를 위해 움직였다. 이경우 주거지 압수수색 전날(3일)엔 이경우의 아내가 근무하는 성형외과 건물 옥상 등을 뒤지며 휴대전화를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피의자들은 윗선 개입 여부를 두고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황대한은 “이경우가 공범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고 자신은 이경우에게 500만원을 착수금으로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 다만 이경우는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유씨 측 변호인 역시 “범행을 사주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