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매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기념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협의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에 지급하던 국가보조금을 올해 지급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시민단체에 지원하는 국가보조금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할 것을 각 부처에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여가부는 2003년부터 2개 단체에 연간 1500만~4000만원의 보조금을 줬다. 두 단체가 전국 단위 행사를 주최한다는 이유로 공모 없이 보조금을 지급해왔으나 올해부터는 공모를 받아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손민균

◇ 여가부, 2개 여성단체에 주던 보조금 올해 중단… “공모로 선정”

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여가부는 올해 협의회와 여연에 여성의 날 행사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여가부는 여성의 날을 기념해 ‘3·8 여성의 날 기념행사’(협의회 주관), ‘전국여성대회(협의회 주관)’, ‘한국여성대회’(여연 주관) 등 전국 단위 여성행사를 여는 협의회와 여연에 보조금을 교부해왔다.

여가부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0개 연도 중 17개 연도에 두 단체를 지원 단체로 지정하고 여성의 날 전후로 1500만~4000만원 규모의 보조금을 각 단체에 행사 지원 명목으로 나눠줬다. 여가부는 지난 20년간 두 단체에 흘러 들어간 보조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5억~14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03년에서 지난해까지, 여성의 날 행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해는 2016년, 2020년, 2021년 3개 연도다. 여가부 관계자는 “3개 연도에 여성의 날 관련 행사 보조금 지원이 없었던 이유는 협의회·여연 측에서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거나 여가부 자체에서 사업계획서 검토 후 보조금 지급을 반려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민간 여성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완전히 끊는 것은 아니고 보조금 지원 방식을 바꾼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제까지 협의회와 여연을 지정해 보조금을 줬지만 올해부터는 공모 방식으로 여성단체를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보조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새 정부의 기조를 반영하고 여러 단체에 보조금 수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기간 시민단체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이 많이 늘었다”며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국가보조금이 투명하게 쓰이는지 실태를 확인하고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 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여가부는 3월 중에 사업에 참여하고 보조금을 지급할 여성단체를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 올해 여가부가 여성의 날 행사 지원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원한 여성단체는 협의회·여연 외에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여가부, 그동안 별도 평가 없이 2개 단체에 보조금 지원

기존에 여가부는 여성의 날 행사 보조금 지원 단체를 선정하며 구체적인 평가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 관계자는 협의회와 여연 두 단체만 지정해 보조금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협의회·여연은 여성단체들이 모인 협의체 성격이 짙고 여성계에서 대표성을 띤다고 판단해 그간 지정 지원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전까지 여러 여성단체를 대상으로 보조금 지원 사업 공모를 펼친 적은 없었고 여가부 내부에서도 관련 검토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한편 협의회는 여가부의 이번 보조금 지급 방침 변경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중단과 관련해 여가부의 어떠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연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