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여성과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혈흔의 신원은 지인과 숨진 동거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수사 결과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경찰은 이기영에 대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이 불가한 상태라고 밝혔다.

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뉴스1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이기영 거주지에서 나온 여성 2명의 혈흔 신원을 밝히기 위해 여성 6명의 DNA(유전자) 대조군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한 결과를 6일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혈흔에서 나온 DNA는 살해된 동거녀, 그리고 이기영과 싸웠던 동거여성의 지인, 이렇게 2명”이라면서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를 종합하면 추가 피해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증거물로 확보한 혈흔에서 여성 2명의 DNA가 검출돼, 이기영의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범행 현장인 안방에서 다수 발견된 혈흔의 DNA는 이기영과 동거 중 살해당한 50대 여성 A씨의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A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A씨의 부모도 연락이 닿지 않아 확실한 DNA 대조군은 없다. 다만, 경찰은 집 안의 생활 흔적 등에서 나온 DNA와 혈흔의 DNA가 일치한 것과 이씨의 진술로 미루어 보아 A씨의 혈흔일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 오빠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제출하긴 했으나, 남매간이어서 대조 결과가 불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명의 신원은 동거여성의 지인인 B씨로 확인됐다.

B씨는 지난해 4월 이 집을 방문했다가 이씨와 몸싸움을 했었고, 112에 신고도 됐었다. 이때 이기영이 B씨의 손가락을 깨물어서 피가 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영에 대해 진행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는 ‘진단 불가’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여러 항목 중 일부 항목에 대한 평가 자료가 현재로선 부족하다고 최종 판단했다”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이제 더 이상 검사를 진행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 시신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기영이 동거여성의 시신 유기 방법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면서 지목한 파주시 공릉천변의 한 지점에서 이틀간 굴착기와 수색견 등을 투입해 집중 수색이 이뤄졌으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하고,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 기사를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데려와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구속됐다.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해 약 7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유기,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