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카카오 사태’를 부른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화재가 배터리 기기 결함에 의한 것인지, 무정전전원장치(UPS)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책임 규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차 감식을 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19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은 지난 16일과 17일 두 차례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국과수는 처음 불이 시작된 배터리를 지난 17일 2차 합동감식 때 수거해 정밀 검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와야 안다”며 “국과수에선 보통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3주가량 소요된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현재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또는 UPS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등은 지난 17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해 사건 당시 배터리실에서 스파크가 튀고 불이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물리적인 화재가 배터리실에서 시작된 것은 확인했지만, 화재의 근본적인 시발점이 되는 기능적 원인이 배터리에 있는지 UPS에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UPS는 외부 요인으로 데이터센터에 전력이 끊길 경우를 대비한 비상 전력 공급 시스템이다. 불이 시작된 배터리는 UPS를 지원하며 UPS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정전 상황에서 UPS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면 배터리는 그런 UPS에 전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UPS 가동 시 전력이 부족하면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반대로 배터리 전력이 현격히 떨어지면 UPS가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기도 한다.

SK C&C 관계자에 따르면 판교 데이터센터의 배터리와 UPS는 물리적으로 결합한 상태는 아니었다. 대신 별도의 공간에 배치된 채 전용 전선으로 연결된 상태였다. 배터리와 UPS가 서로 전력을 주고받기에 UPS의 문제로 전력 과부하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전기안전공사가 화재 2차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김태호 기자

화재 원인이 나오면 책임 소재에 따라 경찰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배터리나 UPS 제조사로도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SK C&C와 경찰은 배터리와 UPS 제조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SK C&C 관계자는 “제조사는 기업 기밀 사항이라 밝혀줄 수 없으며 앞으로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국과수 감정이 나오기까지 경찰은 건물 관계자 조사 내용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경찰은 건물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현재 특정 혐의가 적용돼 입건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초기 소화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됐는지 여부도 추후 경찰 수사의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 소화 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는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며 “현재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