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이어진 지하통로가 굳게 닫혀 있다. /이학준 기자

지난 8월 말 서울 동대문패션관광특구 중심에 자리한 쇼핑명소 굿모닝시티의 지하통로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안쪽에는 ‘출입 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층 폐쇄조치로 인해 상가를 이용하실 분들은 1층으로 출입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1층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양옆으로 옷가게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영업 중인 가게보다 문을 닫은 곳이 더 많았다. 호객행위는 볼 수 없었고, 불을 꺼놓은 곳이 많아 스산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굿모닝시티는 2003년 총 8000억원에 분양된 지상 16층짜리 대형 상가로 한때 ‘동대문 패션’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100억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 있다. 전기료마저 지급하지 못해 단전을 겪었고, 매달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던 지하주차장은 외부에 임차됐다. 구분소유자들과 관리단의 갈등으로 제기된 민·형사소송만 50건에 가깝다. 한때 1년 관리비 수익만 78억원에 달했던 동대문 대표 상가 굿모닝시티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2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굿모닝시티 구분소유자들로부터 관리비를 징수하고 이를 토대로 상가를 관리·운영하는 ‘주식회사 굿모닝시티쇼핑몰관리단(이하 주식회사 관리단)’은 2019년 기준 약 75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주식회사 관리단과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또 다른 관리단인 ‘굿모닝시티쇼핑몰관리단(이하 쇼핑몰관리단)’의 경우 2020년 기준 부채가 약 33억원이다. 2009년 ‘그랜드 오픈’ 이후 두 곳의 관리단을 합쳐 10여년 만에 100억원이 넘는 빚이 쌓인 것이다.

굿모닝시티 구분소유자들을 포함한 다수 관계자들은 회계자료에 확인되지 않은 빚까지 포함하면 실제 관리단 측이 갚아야 할 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굿모닝시티 임시관리인으로 선임된 A변호사는 “비영리법인 관리단에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 빚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굿모닝시티 관리단 정기보고서에 첨부된 관리비 미납 현황./독자 제공

굿모닝시티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외부 업체 등이 받지 못한 돈을 달라며 강제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랜드 오픈 5년 만이었다.

굿모닝시티에 관리·시설·미화 등 용역을 제공하던 B사는 2014년 5월 ‘미수 용역비 감소를 위한 조치 통보’라는 공문을 보내고 “용역비 미수금은 17억원을 상회한다”며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2014년 6월부터 미수 용역비 추심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이듬해 10월에는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요금을 연체한 굿모닝시티 건물을 단전시켰다. 2016년 2월에는 악성채무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보증금 20억원을 받고 매월 최대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던 지하주차장 3~7층의 수익권을 3년 동안 외부에 넘겨줬다. 지하주차장은 현재까지도 외부에 임차된 상황이다.

굿모닝시티의 한 구분소유자 C씨는 “장사가 잘 됐을 때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공실이 생기고 상가가 죽으니 작은 관리비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된 것”이라며 “이제야 비로소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구분소유자 D씨는 “여태까지 성실하게 관리비를 납부한 사람들만 바보가 된 것”이라고 푸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수익성이 떨어지고 공실이 다수 발생하면서 구분소유자들 일부는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 구분소유자는 굿모닝시티 건물에 자기 구좌를 보유한 이들을 말한다. 구분소유자가 자기 구좌(자리)에 임대를 주고 자리를 임차한 상인이 장사를 하는 방식이다. 장사가 되지 않으면서 구분소유자가 임대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관리비도 밀리게 된 것이다.

굿모닝시티 관리단에 따르면 2009년 ‘그랜드 오픈’ 당시 미납된 관리비는 1억4900만원으로 미납율은 1.9%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6년 미납율이 10.1%로 두자릿수를 돌파하더니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37%까지 치솟았다. 작년 2월에는 구분소유자 절반이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 2009년부터 작년 2월까지 누적된 미납 관리비는 93억6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중구 장충단로 247 굿모닝시티 전경. /네이버 거리뷰

굿모닝시티가 떠안은 빚은 굿모닝시티의 재건에도 걸림돌이다. 굿모닝시티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100억원이 넘는 빚이 언제 어디서 발목을 잡을 지 모르는 상황이다. 관리단 집회를 통해 결의만 하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지만 미뤄지는 이유다.

관리단은 관리비를 연체한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비롯한 각종 소송을 진행해 미납된 관리비를 받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구분소유자들은 관리단의 방만한 운영 때문에 건물이 어려워졌다며 관리비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등 맞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재건축을 반대하는 구분소유자들도 적지 않다. 3900여명에 달하는 구분소유자들끼리도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시행을 맡은 D&K아시아개발 관계자는 “재건축이 활성화된 이후에 매매를 하고 싶어도 빚이 구분소유자에게 넘어갈 것인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라며 “빚을 빨리 정리해줄 수 있는 관리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