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급식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주요 식재료를 비롯한 각종 물가가 급등하면서 정부의 급식비 지원 보조금만으로는 식비와 인건비를 모두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1% 올랐다.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유지하더니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상승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중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9% 뛰었다.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급식을 직접 만드는 지역아동센터도 식비 부담이 커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최근 납품 업체에서 받은 식품의 양이 준 게 눈에 확연히 보인다”며 “납품받는 냉동 핫도그가 크기가 줄거나 한 봉지에 5개 들어있던 것이 4개로 줄어드는 식”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도 “식비 부담이 늘었다”며 “특히 튀김용 식용유값이 올라서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4월에 쓰는 급식비 예산이 4월이 끝나기 전에 벌써 떨어졌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식용유 물가지수는 전년 3월과 비교해 8.3% 올랐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원금에 맞춰 급식을 운영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급식지원금은 보건복지부가 세운 급식 지원 권고 단가인 1식당 7000원을 기준으로 하되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가 있다. 성북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성북구에서 급식지원금으로 7000원에서 조리 직원 인건비와 간식비를 빼면 실제 급식 음식 재료에 들어가는 돈은 2000~3000원 수준인데 이것으로 4~5찬 급식을 만들려니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예산이 떨어졌는데 쌀이 동나서 센터 교사들이 각자 집에서 쌀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지역아동센터들은 식비 부담 문제 해결을 위해 급식지원금이 식비와 조리직원 인건비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지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급식지원금은 식비와 인건비를 구분하지 않고 지급하기에 실질적인 식비 지원은 명목상 지원금보다 더 적은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결식 아동 급식 업무 표준매뉴얼’에 따르면 직접 급식을 조리하는 경우 급식지원금의 20% 안에서 인건비, 연료비, 배송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어느 지역아동센터가 7000원 지원금을 받는다면 이 중 20%인 1400원은 조리 직원 인건비로 지출할 수 있는 셈이다. 운영비와 후원금이 넉넉하지 않은 지역아동센터들은 급식지원금 일부를 조리 직원 인건비로 지출하기에 그만큼 식재료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지역아동센터는 식비와 인건비를 따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서울지부 관계자는 “일선 지역아동센터에서 급식비와 조리 직원 인건비를 따로 지원받기를 바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급식지원금 7000원 중 인건비로 20%를 뺀 나머지 예산으로 안정적으로 급식을 유지하긴 빠듯하다”며 “인건비는 해당 명목으로 따로 지원을 해야지 식비와 인건비가 아울러서 지원되는 현행 제도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