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으로 스토킹을 당한 정모(26)씨는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대응할 방법이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있어야 했다. 스토킹처벌법까지 시행됐는데 정씨가 발만 동동 구른 이유는 뭘까.

정씨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넉 달 동안 온라인을 통해 스토킹을 당했다. 가해자는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익명 계정을 만들어 정씨의 사진을 게재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가해자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게시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계정을 차단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차단하면 다른 계정으로 정씨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온라인 스토킹에 정씨는 가해자가 실제로 주변에 나타날까 점점 불안해졌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가해자가 물리적으로 정씨에게 위해를 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일러스트=정다운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스토킹 범죄의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특히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피해자를 괴롭히는 ‘사이버 스토킹’에 대해선 단순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처벌이나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동안 온라인으로 스토킹을 당해 온 최모(29)씨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SNS에서 자신의 오빠를 사칭하는 스토킹 가해자 때문에 긴 시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익명의 스토킹 가해자는 SNS 메시지로 최씨 오빠를 사칭하며 최씨의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최씨의) 오빠인데 (최씨의) 연락처가 없으니 보내달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씨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묻는 스토킹 수법을 보며 공포심이 커졌다고 한다. 최씨는 “온라인에서 스토킹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스토킹 가해자의 얼굴을 모르니 언제 어디서든 나를 실제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며 “경찰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메시지 내용이 공포심을 일으키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워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법조계에선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스토킹’에 대해서는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스토킹처벌법이 피해자를 특정해 스토킹 행위가 직접 ‘도달’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해석이 분분하다. SNS에서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게시물을 캡처하더라도 ‘리트윗’이나 ‘해시태그’ 등 피해자를 특정하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는 “스토킹 처벌법상 ‘도달’은 상대방이 인식 가능한 상태에 둔 것을 의미한다”며 “리트윗이나 해시태그 같은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에게 도달될 가능성이 없다면 스토킹으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SNS로 ‘가짜 계정’을 만들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역시 처벌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변호사는 “’가계정’으로 사이버 스토킹을 할 경우 해외 사이트들이 경찰에 우호적으로 협조해주지 않다 보니 처벌이 어렵다”며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대법원 판례도 없고 판례 누적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을 적용할 수 있어 경찰에 의뢰해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스토킹 행위에 대해 접근금지 등 경고를 내릴 수 있는 만큼, 피해자 측에서는 이를 임시적 보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민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는 “스토킹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추후 대응을 위해 가해서 신원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라면서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긴 했지만, 법원 일선에선 스토킹 행위 규정이나 처벌 수위 등 고민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법을 해석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태도나 의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