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사는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9일 중고거래를 하려다 이른바 ‘문고리’ 사기를 당했다. A씨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으로 간편식품 등을 팔려고 했는데, 한 구매자가 접근해 “대면 거래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니 판매품을 A씨 집 문고리에 걸어두면 물건을 챙기고 물건값을 입금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문고리 거래’ 방식이었다. A씨는 별 의심 없이 구매자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구매자는 A씨의 물건만을 챙긴 채 플랫폼을 탈퇴하고 잠적했다.

일러스트=이은현

코로나19 유행 속에 문고리 거래가 중고거래의 새로운 방식으로 잡으면서 거래 방식의 빈틈을 노린 사기가 속출하고 있다. 문고리 거래란 판매자가 중고거래 물품을 정해진 장소에 두면 구매자가 물품을 챙기고 값을 지불하는 방법을 뜻한다. 주로 판매자의 집 문고리에 물건을 둬서 문고리 거래란 이름이 붙었다.

문제는 문고리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사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기존에 택배를 이용한 중고거래에선 판매자가 주로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사기를 쳤다면, 문고리 거래에선 구매자가 물건을 가지고 도망가는 ‘들튀(들고 튀기)’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A씨 사례처럼 문고리 거래를 시도하다 들튀 수법에 당했다고 호소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그래픽=이은현

최근 들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개인 간 중고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들튀 사기처럼 사기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기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덩달아 중고거래 사기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개인 간 전자거래 분쟁은 총 4117건이었다. 1년 전인 2020년 906건보다 361%나 증가한 수치다. 실제 중고거래 사기 피해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온라인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접수된 사기 피해 사례만 22만 5066건에 달했다.

그래픽=이은현

이렇듯 늘어나는 중고거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을 이용한 개인 간 중고거래가 증가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도 안전결제 시스템을 구비하거나, 플랫폼 내 입점한 판매자에 대한 사기 이력 검색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분쟁 해결을 위한 (플랫폼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는 이용자의 사기를 예방하는 데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용자가 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기 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당근마켓은 진화하는 사기 유형을 연구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기술적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 행위가 적발된 사용자는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사기 범죄의 경우 단 한 건이라도 (적발되면) 영구 제재가 가해진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중고거래 전 상대방에게 사기를 의심할 내역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사이버안전지킴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중고거래 전에 사기 의심이 드는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조회할 수 있다”고 예방 수칙을 알렸다. 이어 “상대방의 거래 아이디를 확인해 이전 거래 내역들을 파악해서 수상한 거래가 있는지 미리 알아두면 좋다”고 설명했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기는 역사가 오래된 범죄”라면서 “검거가 최선의 예방이다. 경찰이 (사기범을) 많이 검거해서 범행 의지를 단념하게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