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이 발생한 부대 군검사가 부대 관계자에게 피해자의 피해상황 및 수사내용을 보낸 것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국방부장관에게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그밖에 피해 부사관의 국선변호인과 그의 동기 법무관들이 가입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눈 부분, 공군 본부 법무실장이 압수수색 집행 전날 군사법원 직원과 통화한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조선DB

인권위는 성희롱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는 외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자문 절차를 거치도록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를 통해 부대장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밖에 ▲지휘관이 적절한 분리조치를 하고 2차 피해 예방 등을 충실히 이행한 경우 지휘책임을 감면하는 방안 ▲민간인 신분인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안정적인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부대 출입 등에 대한 개선 조치 ▲국선변호사는 모두 민간 변호사로 선임할 것 등을 권고했다.

2차 피해 예방과 관련해서는 ‘부대관리훈령’과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등에 2차 피해에 대한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기소 전까지 가해자·피해자 신상정보를 철저히 익명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양정을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훈령’에 별도로 규정하라고 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성폭력 피해자의 청원휴가 기간을 최장 180일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피해자 신상보호를 위해 청원휴가 복귀 시점과 정기인사 시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성폭력 사고 예방과 관련해서는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복무계획보고 중 복무중점 사항에 ‘인권증진’ 항목을 추가하고, 사관학교와 부사관학교 등 초급간부 양성 교육과정에 인권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작년 8월 13일 해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군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전 군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육군·해군·공군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인권위는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성폭력 피해를 입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기게 된 것은 개인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를 넘어 국가가 군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주지 못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