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발렌티노 백 3000만원 하울(haul)’ ‘20대 대학생, 청담동 한강뷰 아파트 소개합니다’ ‘슈퍼카 FLEX했다... 질문 받는다’ 등 유튜브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물건, 집, 차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영상은 유튜버 구독자수가 많지 않더라도 조회수가 수만회를 가볍게 넘는다.

영상 속 유튜버는 “오늘은 구독자들과 함께 백화점 쇼핑을 하려고 한다”며 고가의 명품을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댓글에는 “유튜브로 그렇게 부자가 된거냐” “영앤리치(young and rich)의 전형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등 유튜버를 부러워하는 반응이 이어진다.

화면 속 화려한 생활을 실제로 영위하는 유튜버들은 극소수다. 이달 조선비즈가 만난 유튜버 A씨는 “유튜브 시청자가 보는 소위 ‘잘나가는 유튜버’, 그러니까 유튜브 수익과 광고비로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0.01%에 불과하다”며 “직장인과 비슷하거나 좀 더 버는 사람은 있어도, 대부분 전업으로 돌리기에는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소개하는 ‘하울’, 함께 포장을 뜯는 ‘언박싱’ 혹은 무리해서 비싼 제품을 구입하는 ‘플렉스’ 영상의 이면에는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 구독자 1000명 이상 유튜버, 월 평균 수입은 ‘157만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실태조사 2021′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크리에이터가 모두 조사에 참여했지만, 응답자의 82.2%가 ‘유튜브’를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유튜버의 소득도 적나라하게 나왔다. 유튜버 활동으로 소득이 발생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1.8%였다. 10명 중 2명은 아예 소득이 없는 셈이다. 유튜버 활동으로 버는 월 평균 소득은 157만4457원으로 집계됐다.

유튜버(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월 평균 소득 관련 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특히 소득 양극화가 심각했다. 월 소득이 2500만원이라고 밝힌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1000원을 번다고 밝힌 유튜버도 있었다. 국세청 자료를 봐도 이런 경향은 확인됐다. 국세청이 ‘2019 귀속연도 종합소득’을 신고한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2776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인 평균 연 소득은 3152만원이었다. 상위 10%의 평균 연 소득은 2억1620만원인데 비해 하위 50%의 연 소득은 108만원에 불과했다. 상위 1%인 유튜버 27명의 평균 연 소득은 6억7120만원이었다.

유튜버들은 월 소득 100만원 정도로는 콘텐츠 창작 비용도 못 번다고 털어놨다. 지난 2일 만난 유튜버 B씨는 “초기에는 카메라 등 장비를 구입하고 촬영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이 많이 나갔다. 구독자수 1000명을 넘겨도 네일아트 콘텐츠를 찍다 보니 전문성이 필요해 자격증 학원까지 다녀 돈이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순수 콘텐츠 창작 활동으로 얻는 수익은 월 평균 소득의 41.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광고비로 수익을 챙긴다는 응답이 59.3%로 가장 많았고, 상품홍보 및 판매가 17.1%, 소속사(MCN)에서 지금하는 임금이 10.1%로 그 뒤를 이었다.

◇ 실버버튼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 현실은 생계 걱정

유튜브는 구독자수를 기준으로 크게 6가지로 채널을 분류한다. 통상 구독자수 10만명을 넘으면 받는 ‘실버’ 등급과 100만명 이상을 넘으면 받는 ‘골드’ 등급은 성공한 유튜버의 기준이다. 유튜버들은 해당 등급을 충족하는 구독자수가 모이면 구글 본사에 이를 기념하는 ‘버튼’을 신청할 수 있다. ‘실버버튼’, ‘골드버튼’을 받으면 함께 열어보는 ‘언박싱’ 영상 또한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많은 유튜버들은 언젠가 자신도 ‘10만 유튜버’, ‘100만 유튜버’가 되는 것을 꿈꾸고 유튜브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실버버튼’의 꿈을 실현하는 유튜버는 손에 꼽는다. 유튜브 통계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기준을 넘긴 국내 유튜브 채널은 10만370개였다. 이중 ‘실버’ 등급 이상의 유튜브 채널은 4986개(0.49%) 뿐이었다. 광고를 붙일 수 있는 기준은 구독자 1000명 이상, 누적 시청 4000시간 이상이다. 구독자 1000명이 채 되지 않는 유튜브 채널까지 합하면 ‘실버버튼’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유튜버(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제작 환경. /한국콘텐츠진흥원

실버버튼이 유튜버들에게 꿈이라면 현실은 생계 걱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설문조사에서 유튜버들이 애로사항으로 밝힌 내용 중 네번째로 많은 게 ‘생계유지의 어려움’이었다. 응답자의 55.3%가 생계 유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조선비즈가 앞서 만난 유튜버들은 모두 “대안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유튜버에 뛰어드는 건 무모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튜버 C씨는 “촬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콘텐츠에 따라 다르지만, 편집자를 고용하거나 자막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고정 비용이 늘어난다. 지인들이 취미로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하면 적극 응원하겠지만,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바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버 D씨는 “유튜버도 결국 직장인과 똑같다.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충당하고,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별로 없다. 유튜버들도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소수의 화려한 영상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이면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