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이은현

지난 10월 4일 A씨는 ‘고수익 주식상담’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A씨는 문자메시지에 소개된 카카오톡 채팅방 ‘주식 리딩방’에 입장했다. 본인을 한 투자그룹 직원이라고 소개한 B씨는 주식 종목을 추천하면서 더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코인 종목이 있다고 했다.

B씨는 자신의 회사가 이른바 ‘세력’으로 코인을 발행한 재단과 결탁했기 때문에 코인 가격 상승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지시하는 시기에 코인을 매수·매도한다면 최대 5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하고 손해를 볼 경우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당 코인을 발행한 재단 측은 사기 세력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B씨는 수익분의 20%를 수수료로 지불하고 코인 거래가 가능하도록 농협중앙회 계좌를 만든 뒤 이체한도를 풀라고 요구했다. A씨는 투자를 망설였지만, 원금보장 계약서까지 작성해주겠다며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설득하는 B씨의 감언이설에 투자를 결심했다.

A씨가 투자를 결심하자 B씨는 1개에 900원짜리 ‘S코인’을 매수하라고 지시했다. B씨는 현 시점이 최저점으로 세력에 의해 곧 시세가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정 연예인이 코인 회사와 곧 광고계약을 맺을 것이며, 이를 언론이 기사화할 것이라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A씨가 S코인을 매수한 시점부터 코인 가격은 계속 하락하기 시작했다. 핑계를 대며 지속해서 추가 매수를 지시하던 B씨는 결국 잠적했다. B씨의 휴대폰은 선불폰으로 명의 추적이 어려웠다. A씨는 첫 매수 가격에서 반토막 가까이 손해를 보고 나서야 겨우 코인을 매도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S코인’ 시세를 조종해 5배 이상 수익을 보게 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일당을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자본시장법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높은 수익률과 원금을 보장한다며 코인 투자를 유도한 사기단이 운영했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리딩방)./피해자 제보

조선비즈가 입수한 복수의 고소장에 따르면, 해당 코인 사기단 조직원들은 ‘S투자그룹’ 등 투자자문사 직원을 가장하고,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 큰 수익을 약속하는 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이후 연락해온 사람을 상대로 작전주에 투자하게 하거나, 더 큰 수익이 보장된다며 코인으로 유도해 투자하게 했다.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일대일 상담과 리딩방 등에서 피해자들을 담당해 활동한 조직원만 7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투자그룹 직원을 가장해 각기 피해자들에 투자를 권유했고, 신규 회원을 모집했다. 이들이 피해자들에 매수를 권한 주 종목은 ‘S코인’이다. 자신들이 ‘코인시세 조작 세력’으로 코인을 발행한 재단과 결탁돼 있어 앞으로 다가올 호재 등을 미리 알아 상승 시기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식으로 투자를 유도했다.

조직원들은 “S코인 거래량이 현재 2위로 국내외 많은 사업이 예정되어있다 급상승 예정이며 예열단계” “저희 회사가 차트운전을 하고 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피해자들을 현혹했고, 피해자들이 코인 매수 후 가격이 떨어지자 오히려 추가매수를 권유하며 “마지막 엄청난 상승폭으로 모든 손실이 보상될 것” 등의 감언이설을 늘어놨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보상을 요구하자 이들은 모두 잠적했고, 신분을 알 수 없는 선불폰으로 활동했던 터라 명의 추적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수법으로 피해를 본 인원이 최대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피해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피해금액 역시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별 피해금액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최대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이 이제 막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 C씨는 “처음에는 너무 좋은 조건을 이야기하니까 당연히 꺼림칙했다. 그런데 계속 전화가 와서, 이런 기회가 없다. 기회를 만났을 때 잘 잡아서 아이들에게 멋진 아버지로 거듭나고 싶지 않냐 등의 말을 하니까 마음이 점차 흔들렸고,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절실한 사람의 마음을 잡고 흔드는 악질들”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D씨는 “단체 대화방에 언제 뭐가 된다는 글을 올리고, 이익을 봤다면서 사진을 올리고 분위기를 띄우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다”며 “똑같은 수법으로 돌아다니면서 사기를 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의하는 글을 올리면 단체 대화방에서 강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익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나도 쫓겨나면 이도저도 아닌 신세여서 현재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코인 발행사 측은 해당 사기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발행사 측은 “우리 프로젝트와 저희를 믿고 투자하신 많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성명불상의 리딩방 운영자들에 대한 형사고소를 마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허위사실 및 악성 루머를 유포하고 있는 일부 선동자들에 대한 자료 수집을 마치고 모니터링한 자료를 취합해 최근 추가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 든 투자를 회유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 저희는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 투자자 분들은 정체불명의 사설 커뮤니티 및 리딩 방 사기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경찰 수사 착수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동일한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가 초기 단계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알릴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돼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고소장이 접수되고 있고 초기 단계라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