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가 지난 26일 별세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박씨는 “노 전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죄 표명을 한 만큼 더 이상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시점이 됐다”며 조문 이유를 밝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씨는 27일 오후 1시 54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조문 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변호사와 악수하고 위로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씨는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은 병석에 누워 계시면서도 아들 노재헌 변호사를 통해 수차례 사죄를 구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들을 해왔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국가장과 관련해선 “잘못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입장이 있다면 굳이 국가장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5·18 유족 전체의 생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에 따르면 노 변호사는 지난해 5월 박씨를 찾아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친의 사과를 전했다. 당시 박씨는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 빈소를 찾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유언을 통해서도 광주민주화운동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 전 대통령은) 국가에 대해 생각과 책임이 컸기 때문에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다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 생각하셨다”면서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 같이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박씨는 “전두환씨가 돌아가셨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 학살에 대한 사죄 표명을 하라”고 했다. 이어 “돌아가신 광주 유족들이나 그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