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사이트였던 ‘밤의 전쟁’ 운영자가 지난 22일 필리핀에서 덜미를 잡혔다. 사이트 개발자가 붙잡힌 뒤 꼬박 2년 만이었다. 이 운영자는 2014년 4월부터 2019년 7월까지 5년 동안 ‘밤의 전쟁’과 같은 성매매 알선사이트 3개를 운영하며 200억원의 검은 돈을 손에 쥐었다. 2019년 7월 경찰이 ‘밤의 전쟁’ 개발자를 체포하면서 사이트가 폐쇄되자 운영자는 해외로 도피했지만, 2년 만에 경찰에 잡혔다.

경찰은 ‘밤의 전쟁’ 운영자의 체포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경찰이 ‘밤의 전쟁’에 광고비를 건넨 수백 개의 성매매 업소를 단속해 업주와 종업원, 성 구매자 등 2000여명이 넘는 가담자도 검거했다고 밝혔다. 얼핏 들으면 일망타진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밤의 전쟁’ 운영자가 지난 22일 경찰에 검거된 가운데 '밤의 전쟁 시즌2' 사이트가 생겨났다. /인터넷 캡처

경찰이 ‘밤의 전쟁’ 운영자를 필리핀에서 체포했다고 밝힌 다음날 포털사이트에 ‘밤의 전쟁’을 검색했다. 어렵지 않게 ‘밤의 전쟁 시즌2′라는 성매매 알선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찾을 수 있었다.

링크를 타고 가자 곧바로 성매매 알선사이트로 접속됐다. 성인인증 절차도 없었다. 이 사이트에는 전국의 성매매 업소 100여개가 전화번호와 위치를 올린 채 광고를 하고 있었다. 업소 후기와 ‘언니 정보’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성매매 업소들이 ‘밤의 전쟁 시즌2′와 제휴를 맺고 ‘회원가’에 성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황도 보였다.

이 사이트는 유해사이트 접속차단을 우려한 듯 도메인이 계속해서 변경된다는 사실을 팝업 공지를 통해 알리고 있었다. ‘newbam23′ ‘newbam24′ 식으로 사이트가 차단될 때마다 새로운 도메인이 만들어진다는 안내였다. 경찰이 2년 전 폐쇄된 성매매 알선사이트 운영자를 잡느라 필리핀까지 뒤지는 사이 정작 한국에선 ‘밤의 전쟁 시즌2′가 만들어져 성업하고 있었다. ‘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이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긴 지 500일이 넘었다. 주범인 ‘갓갓’ 문형욱은 징역 34년형, 조주빈은 징역 4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밤의 전쟁’이 좀비처럼 죽지 않는 것처럼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밤의 전쟁’ 같은 성매매 알선사이트가 계속해서 살아날 수 있는 이유로 ‘SNS’를 지목한다.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SNS가 성매매 알선사이트로 성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비밀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성매매 알선사이트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매매 알선사이트를 없애려면 산소호흡기를 떼듯이 이런 SNS가 비밀통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온라인 게임 등 10대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공간까지 성범죄에 활용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런 SNS에서 무방비 상태로 음란물이나 성매매 관련 콘텐츠를 보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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