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인권위 측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가 유튜버 보겸으로부터 1억원의 소송을 제기당한 윤지선 세종대 교수의 변호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7일 유튜버 보겸은 자신에 대한 ‘여혐 논란’을 제기한 윤지선 세종대 교수를 상대로 1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윤 교수는 지난 2019년 자신의 논문에 보겸의 팬들이 쓰는 ‘보이루’라는 용어는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내용의 각주를 달았다.
이후 보겸의 항의로 윤 교수는 “‘보이루’는 ‘보겸+하이루(안녕)’의 합성어에서 시작했으나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전파됐다”는 취지로 내용을 수정했다. 보겸은 수정된 내용에 대해 “말장난”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보겸이 윤 교수의 논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민사소송에 나서면서 법정 공방이 펼쳐지게 됐다.
윤 교수는 변호인을 선임하며 소송 준비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교수는 법무법인 지향의 김수정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와 이상희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지난달 28일 재판부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지향은 여성 인권 관련 사건을 주로 다루는 곳이다.
윤 교수의 변호인단 중 김수정 변호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이 인권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인권위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6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 1월 “유력 정치인과 하위직급 공무원 사이의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성희롱”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지난 4월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고, 김 변호사가 인권위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이달 26일 임기가 끝나는 임성택 인권위원의 후임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인권위원이 인권위를 변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김 변호사는 여성과 아동 인권 관련 경력을 쌓아왔다. 법무법인 지향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무부 여성아동정책 심의위원회, 서울시 감사위원회 위원, 아동권리보장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보겸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제하의 이인환 변호사(변호사시험 3기)는 “피고 측 변호인에 대해 특별히 밝힐 만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