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어학원이 인성 평가를 명목으로 지원자에게 자정 무렵에 전화를 건 뒤 면접을 취소해 논란이 되고있다.

취업준비생 김영빈(가명·32)씨는 지난 16일 한 구직사이트를 통해 인천 송도의 어학원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자정 무렵 낯선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학원 관계자라고 자신을 밝힌 A씨는 다짜고짜 “지금 입사 서류를 봤다. 내일 면접인데 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 20일 자정 무렵 제보자 김영빈(가명·32)씨는 한 어학원으로부터 면접 제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학원에 사과를 요구하자 학원 관계자는 "우리는 공격적인 성향의 지원자는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제보자 문자 캡쳐

여러 곳에 지원서를 제출했던 김씨는 “어느 회사에서 전화한 것이냐”며 “늦은 시간인데 문자로 안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저희는 채용을 이런 부분으로 평가한다. 잘못 전화드린 것 같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밤 중 면접 제안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김씨는 이튿날 오후 “몰래카메라도 아니고 새벽 12시에 전화하는 회사가 어디있느냐”며 항의했다. 그러자 A씨는 오히려 “따지는 성격으로 느껴진다”며 “우리는 공격적인 성향의 지원자는 원치 않는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A씨는 김씨에게 “어떤 상황에도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무례하게 느껴진다면 우리와 맞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김씨는 계속해서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사과하고 빨리 전화를 끊는 것 말고 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 “돈이라도 드렸어야 했냐”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등 대답이었다. 이후 그는 김 씨와 설전이 붙자, 김씨가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에 담긴 가족사를 언급하면서 “너와 너의 할머니가 불쌍해 빨리 채용하고 싶어서 전화한 것”이라며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김씨는 조선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정에 전화해 면접 요청하고 바로 끊는 것 자체가 채용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자정에 전화하는 사람이 어딨나”라며 “저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면접 자체를 못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관악경찰서에 A씨를 강요협박으로 신고했다.

해당 어학원은 “김씨가 통화 가능 시간대를 자정까지로 적어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학원 관계자는 “채용하고 싶은 마음에 면접을 제안한 것인데 예민하게 반응해서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오히려 김씨가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리면서 난처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