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단체들이 초등학교 돌봄전담사의 처우 개선을 잇따라 요구하며 오는 2학기 ‘돌봄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가 근무 여건 개선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대응 수위를 높여간다는 입장이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돌봄단체들은 지난해 11월 총파업 이후 교육부가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총파업을 비롯한 강경 대응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돌봄단체와 교육부는 매월 돌봄전담사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을 주제로 협의했으나, 협의 과정은 막바지에 이를수록 강한 불신감만 키우고 말았다”며 “교육부가 끝내 약속을 어기고 돌봄전담사의 호소를 배신한다면 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돌봄전담사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전담사의 희생을 강조하는 교육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근무 여건 개선안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6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전국여성노동조합이 연대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과 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총파업에는 돌봄전담사 총 1만1859명 가운데 4902명(41.3%)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전국 1만2211개 돌봄교실 중 4231곳(34.6%)이 운영을 못했다.
학비연대는 이후 지난해 12월 8~9일 2차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으나, 파업 전날인 12월 7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긴급간담회를 가진 뒤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 대책을 포함한 초등돌봄 운영 개선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교육부는 돌봄단체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초등돌봄 운영 개선 협의회’를 만들어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측은 단 한 번도 처우 개선의 구체적인 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관계자는 “협의회는 학교돌봄터를 도입하기 위한 협의에만 활용됐을 뿐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돌봄단체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9일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 방안(초안)’을 돌봄단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발송했지만, 돌봄전담사들의 상시전일제 전환 요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개선안을 보면 돌봄전담사의 일일 근무시간이 확대되고, 돌봄 관련 행정 업무까지 담당하게 된다”며 “부분적인 근무시간 연장을 빌미로 교사의 돌봄 책임을 없애 전담사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초등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서비스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성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 돌봄 서비스는 체계적이지 않고, 질적 양적 수준도 많이 부족하다”면서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봄단체들은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오는 30일 지역별로 하반기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 협의에서 진전이 없으면 오는 2학기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측은 “6월말 교육부의 최종 방침 발표 여부와 그 내용에 따라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돌봄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며 “그 전까지 공식·비공식 재논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