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북쪽 정자 향원정(香遠亭·보물 제1761호)이 올 가을 정비를 마치고 공개된다. 건물이 기울고 목재 적합부가 헐거워져 2017년 해체·보수 공사를 시작한 지 4년여 만이다.
향원정은 1870년대 고종이 건청궁을 만들며 인공섬을 조성하고 그 위에 지은 육각형 정자다. 향원은 중국 학자 주돈이(1017~1073년)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따온 말로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이다.
향원정은 해방 이후 몇 차례 보수를 거쳤지만 계속 건물이 기울고 뒤틀려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향원정의 6개 기둥 쪽 동남쪽 주춧돌을 받치던 넓적한 돌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지반을 보강하고 건청궁과 향원정을 잇는 취향교(醉香橋)를 복원할 예정이다. 정현정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주무관은 “향원정 보수 공정률은 90% 수준”이라며 “창호 설치·단청·외부 기단 정비 작업 정도가 남았다”고 했다.
향원정은 1층은 도넛형 온돌이고 2층 바닥은 난방 시설이 없는 마루라는 점이 발굴 조사 중 드러났다. 온돌은 보통 밭고랑·부챗살 모양으로 고래(구들 밑에서 연기가 통하는 길)를 설치하는데 향원정은 가장자리에 고래가 있다. 난방도 바깥쪽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으나 연기가 빠지는 굴뚝이 없는 것도 향원정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