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 물림 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숨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5개 품종의 맹견에게만 적용되던 동물보호법상 규정을 고쳐 개체별 공격성에 따라 입마개 착용 등의 의무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경기 가평의 한 산책로에서 맹견 로트와일러에 의한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견주가 로트와일러의 입마개와 목줄을 푼 사이 피해자와 그의 반려견에게 달려든 것이다. 사고로 피해자는 얼굴과 머리, 다리, 복부 등을 다쳤고 그의 반려견도 복부를 다쳤다.
지난해에도 서울 은평구에서 입마개를 쓰지 않은 채 산책을 하던 로트와일러가 이웃집 주민을 물어 다치게 하고 그의 반려견을 물어 죽인 사건이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개는 사고 이전에도 세 번이나 다른 소형견을 물어 죽이거나 다치게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견주에게 지난달 28일 징역 6개월형을 구형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맹견으로 분류하고 있는 견종은 ▲로트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다섯 종이다.
생후 3개월 이상인 맹견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등에는 출입할 수 없고, 견주들은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위 조항들을 어기거나 맹견을 유기할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 2월 12일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맹견 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맹견 견주들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맹견 뿐만이 아니다. 지난 22일 경기 남양주의 한 야산 입구에서 한 여성이 한 대형견에게 목을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피해자를 공격한 개는 맹견은 아니었지만 몸길이 150cm, 무게 30kg에 달하는 대형견이었으며,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으로 추정된다. 아직 견주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이웃 주민 진술 등을 토대로 유기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 경기 안성의 한 애견카페에서도 직원 두 명이 카페 주인 소유의 대형견 도고 아르헨티노에게 잇따라 물려 팔다리 근육이 찢어지는 등 크게 다쳤다. 도고 아르헨티노는 국내법상 맹견에 해당되진 않지만 오랜 기간 투견용으로 번식되고 사육되어 온 품종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1991년부터 해당 견종을 핏불테리어, 도사견 등과 함께 '특별 통제견'으로 분류해 관리 중이다.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는 하루 평균 6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4일 소방청이 제공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 물림 사건은 총 1만1152건 발생했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5~8월엔 개 물림 사고가 월 평균 2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라 맹견으로 분류되는 다섯 종이 아니라면, 물림 사고를 예방하거나 적벌한 처벌을 내리기 쉽지 않다. 사고 당시 목줄만 채워져 있었다면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맹견 종류를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품종에 의한 분류가 아닌 개체별 공격성 평가를 통한 규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물권 연구 변호사 단체인 PNR의 김슬기 변호사는 "같은 품종이라도 환경에 따라 공격 성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품종만을 기준으로 맹견을 구분하는 건 다소 단순한 접근"이라며 "공격 성향을 보인다면 입마개를 채우고, 보호자 없이 타인이나 다른 동물에 접촉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아직 법제화 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반려인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맹견 보호자 뿐만 아니라 모든 반려인이 교육 의무를 지녀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제화가 어렵다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반려인 교육을 확대해 제때 필요한 정보를 얻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진행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격성이 높은 개나 사고견 등을 대상으로 기질을 평가해 맹견에 준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기질평가 제도화 방안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까지는 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