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A씨는 헤어진 여자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자신에게 ‘다시 만나 달라’는 내용으로 보냈다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증거로 내밀었다. 일방적으로 성폭행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뉴스1

하지만 A씨는 지난 2월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춘천지검 강릉지청 형사부에 근무하는 윤재희 검사(변호사시험 10회)가 A씨의 주장을 깨뜨릴 수 있는 반대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윤 검사는 여성이며 검사 생활은 4년째다.

윤 검사는 A씨가 헤어진 여자 친구 B씨에게서 받았다는 인스타그램 메시지에 주목했다. B씨는 평소 메시지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A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제출한 B씨의 메시지에는 마침표가 문장이나 단어마다 찍혀 있었다.

수상한 점은 더 있었다. 메시지의 어투가 B씨가 평소 사용하는 방식과 다른 점이 많았다. 오히려 A씨가 쓰는 어투에 가까웠다.

또 A씨가 B씨에게서 ‘다시 만나 달라’는 취지의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는 기간에 두 사람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 B씨가 이별에 대한 이야기만 했고 재회를 요청하는 문자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검사는 A씨가 B씨의 메시지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A씨가 B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몰래 접속한 로그 기록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윤 검사가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자 법원도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와 함께 A씨가 다른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윤 검사가 추가했다.

대검찰청은 윤 검사를 ‘2025년 2월 우수 검사’로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윤 검사가 적극적인 직접 수사를 통해 증거 조작과 추가 범행 등 사건의 전모를 규명해 엄단했다”면서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및 심리치료비 지원 같은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