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해 직무 정지를 당한 지 87일 만이다. 이날 결정에서 헌법재판관 8명은 ‘기각 5′ ‘각하 2′ ‘인용 1′로 의견이 갈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하기 위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한덕수 총리에 대해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해 12월 27일 ▲쌍 특검법(채 해병‧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12·3 비상계엄 사태 동조·묵인·방조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 운영 구상 발표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의 이유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후 헌재는 변론 준비기일을 두 차례 연 뒤 2월 19일 정식 변론을 한 차례만 열고 이 사건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결정 선고에서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5명이 기각, 2명이 각하, 1명이 인용 의견을 각각 밝혔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 5명의 재판관은 모두 한 총리의 탄핵 소추 사유 가운데 ‘비상계엄 및 내란 혐의 관련’ ‘공동 국정행위 관련’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 행사 관련’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관련’ 등 4가지에 대해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 3명 임명 거부’에 대해서는 이들 재판관 5명의 의견이 갈렸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이에 대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나 국민의 신임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이날 결정 선고에서 국회 측의 ‘12·3 비상계엄 사태 동조·묵인·방조 주장’과 관련해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등의 소추 관련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며 “따라서 한 총리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재판관은 또 이 사건 주요 쟁점이었던 ‘헌법재판관 불임명’과 관련해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하였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김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던 와중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로 한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역할과 범위 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조한창, 정계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해 한 총리의 임명 거부로 손상된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한 총리에 대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인 총리에 대해 탄핵 소추를 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적법한데 이 사건은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하 입장을 내는 재판관들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판단하지 않는다. 정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다.

또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한 총리 탄핵 소추 사유 가운데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관련’ ‘헌법재판관 후보 3명 임명 거부’에 대해 “헌법과 법률 위반이 인정되며 그 위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 재판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