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일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어도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특수강간치상을 적용해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일부 성범죄 피고인들이 강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다치게 했지만 강간이 미수에 그쳤다면 감형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판관 10인의 다수의견으로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친 경우라도 그 행위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8조1항의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는 현재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등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 B씨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5년, 징역 6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와 B씨는 2020년 3월 28일 C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넣은 숙취해소 음료를 먹인 후 강간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특수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법상 특수강간치상 혐의는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수강간 혐의의 최소 법정형은 7년이다. 특수강간치상죄는 강간을 하려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다치게 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혐의인 만큼 강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2심 과정에서 A씨 측은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친 이상 형을 감경해줘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형법에선 범죄 실행에 착수했으나 실제로는 하지 못한 ‘미수범(未遂犯)’의 형량을 실제 범행을 저지른 ‘기수범(旣遂犯)’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미수감경 규정은 특수강간상해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만 적용되고 특수강간치상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A씨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의 형량을 각각 징역 징역 5년과 징역 6년으로 감형해줬다. 두 사람이 범행을 인정하고 후회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두 사람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2심 재판부 판단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다고 법률상 감면을 하게 된다면, 형법상 강간치상죄의 처단형과 그 하한이 동일해지고 상한은 오히려 더 낮아져 처단형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범행을 중단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 면제를 선택할 수도 있어 균형에 맞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날 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은 이 사건을 파기 환송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친 경우와 기수에 이른 경우의 불법은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수 감경은 원칙적으로 임의적 감경이므로 중형이 요구되는 사안에서 법원이 미수 감경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면 처벌 불균형 문제도 없다”고 했다.